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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볼트 나는 푸마..'마케팅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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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볼트 나는 푸마..'마케팅 쿠데타' 우사인 볼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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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08년 5월 미국 뉴욕 아이칸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 육상 그랑프리 100m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이 나왔다. 9초72였다. 아사파 포웰이 보유한 9초74를 0.02초 줄인 것이었다. 같은해 8월 중국에서 신기록이 또 나왔다. 이번에는 9초69였다. 주인공은 세계 육상의 아이콘 '우사인 볼트'(자메이카). 그가 중국에서 깨뜨린 건 석 달 전 자신이 뉴욕에서 세운 기록이었다.

볼트가 연출한 역사는 이것을 입고 있다. 선명한 노란색과 검정색 또는 녹색의 조화. 검은 피부와 대비돼 더욱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이것은 볼트가 입은 유니폼이다. '컬러풀 스프린터' 볼트의 기록에는 숫자만큼 값진 이야기가 있다. 유니폼을 만든 스포츠 업체 '푸마'의 성공스토리다.


☞ 관련기사 : 가난했던 푸마..틈새시장 꿰뚫었다
 
볼트의 성공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밀려 한때 사망선고를 받았던 푸마의 도약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무명이었던 볼트의 가능성을 본 푸마는 그에게 미래를 입혔고, 볼트가 입은 미래는 푸마에 더 큰 미래를 열어줬다. 무명의 운동선수에게, 아프리카의 '검은 가능성'에 주목한 발상의 전환. 푸마의 전략은 적중했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1992년 푸마의 매출액은 5억1200만 마르크였다. 영업실적은 260만 마르크 적자. 급여와 자재비 지출 때문에 신용대부 상한선을 넘긴 지 오래였다. 푸마의 몰락은 1980년대부터 감지됐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이용한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참신한 마케팅 속에 푸마가 설 자리는 없었다. 푸마는 파산을 고민하고 있었다.


1993년 5월 30세의 CEO 요헨 차이츠가 푸마에 등장한다.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을 설득해 수 천 만 마르크를 빌린 차이츠였지만 스타 선수들을 후원하는 데 경쟁업체들처럼 많은 돈을 쓸 형편은 아직 아니었다.


이러던 중 리처드 윌리엄스라는 남성이 차이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와 세레나 윌리엄스의 아버지였다. 그는 "제 딸들이 머잖아 세계랭킹 1ㆍ2위를 차지할테니 후원을 해달라"고 대뜸 요구했다. 1997년의 일이다. 요구액은 2000만달러, 원하는 계약기간은 3년이었다.


리처드 윌리엄스의 전화를 받고 차이츠가 떠올린 건 윌리엄스 자매의 피부색이었다. 이 자매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차이츠에게 중요치 않았다. 흑인 여성 운동선수가 강렬한 원색 옷을 입고 화이트 스포츠의 대명사인 테니스를 하는 이미지는 곧장 '히트예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계약이 성사됐고, 푸마의 상징적 유니폼인 '캣 수트(cat suitㆍ몸에 꼭 맞게 만들어진 원색의 원피스)를 입은 세레나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 결승에서 마르티나 힝기스를 눌렀다.


윌리엄스 자매를 촉매로 미니 스커트와 타이트한 탑을 내세워 이른바 '페미닌 스포츠'라는 영역을 열어젖히고 매출을 10억 마르크로 끌어올린 푸마의 걸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프리카, 그 중 '불굴의 사자'로 불리는 카메룬 축구 대표팀이었다. 카메룬 대표팀의 걸출한 공격수 로저 밀러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팀이 4강에 오르는 동안 거의 모든 골을 혼자 넣으며 '전설'로 떠올랐지만 후원업체는 없었다. 윌리엄스 자매에게 컬러를 불어넣어본 푸마에게 카메룬은 매력적인 팀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다'는 원칙 아래 아프리카를 찾은 푸마는 곧장 카메룬 대표팀과 '1년 70만 달러' 조건에 후원계약을 맺었고, 2001년에는 흑인 남성 축구선수들에게 생소했던 빨강ㆍ초록 등 원색의 민소매 유니폼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카메룬=푸마 유니폼'이라는 등식은 이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유니폼 자체가 '월드컵 이슈'로 떠올랐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때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슈에 끼어들었다. 전통에 어긋난다며 민소매 유니폼 착용을 금지하고 나선 것이다. 푸마는 선수들의 피부색과 같은 그물망을 유니폼에 임시방편으로 달았는데, 이 유니폼 이야기가 세계 언론에 매일 거론되면서 푸마의 존재감은 대중 사이에 더욱 강하게 각인됐다.


'무명ㆍ흑인ㆍ아프리카 마케팅'으로 요약되는 푸마의 전략은 이후 우사인 볼트가 소속된 자메이카 육상 대표팀을 포함해 아프리카와 유럽의 수많은 인기 스포츠 대표팀으로 이어졌고, 스포츠에 패션을 가미한 과감한 전략은 이탈리아 축구스타 잔루이지 부폰을 패션쇼 런웨이에 올려세우는 센세이션을 낳기까지 했다.


이러는 사이 푸마의 기업가치는 무려 5000% 상승했고 푸마의 주식은 DAX(독일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안전종목 중 하나로 거듭났다. 후원을 받는 선수들의 재계약 소식에 따라 브랜드의 가치가 수시로 올라간다는 스포츠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푸마의 정확한 기업가치는 헤아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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