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MK, 조카의 손 잡을까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4초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꼬박 8년이 지났다. 지난 2003년 8월4일 현대그룹을 이끌던 고(故) 정몽헌 회장은 계동 사옥 12층 집무실에서 그의 어깨를 짓누른 모든 짐을 내려놓고 세상을 등졌다. 현대가(家)는 형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더할 수 없는 비통에 잠겼다. 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기로에서 그의 손을 잡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다. 특히 맏형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는 세월이 흐를수록 크고 단단해졌다.


잔잔한 정이 많아 조카들을 유독 예뻐하는 정 회장에게 8년 만에 기회가 왔다. 내달 3일 고 정 회장의 맏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신라호텔에서 화촉을 밝힌다는 청첩장을 받게 된 것. 정 전무의 결혼식을 앞두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분위기는 더 훈훈해졌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 소송을 취하했다. 아버지의 충격적인 자살과 어머니가 겪은 인생 역경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란 딸내미를 불편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모성애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세간의 이목은 집안의 경사를 계기로 현대가가 오랜 앙금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수 있을 지에 쏠리고 있다. 정 회장이 장자로서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짙다. 정 회장이 직접 나서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상영 KCC 명예회장 등 현 회장과 관계가 껄끄러운 범 현대가도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 동생인 고 정 회장을 대신해 정 회장이 정 전무의 손을 잡고 입장할 지도 큰 관심사다.


현대가는 최근 조 단위에 달하는 '기부 천사'로 나서 재계의 귀감이 됐다. 정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 씨 일가가 5000억원 규모의 복지 재단을 마련한 데 이어 정 회장이 5000억원의 기부 의사를 밝히는 등 '통 큰' 사회 환원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손에 쥐고 있는 무언가를 버려야 더 많은 것을 얻는 법이다. 현대 가문의 어른으로서 정 회장의 대승적 용단(勇斷)을 기대해 본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