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 보유 4.25%..가치산정 늦어져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장학재단이 보유한 2200억원 규모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동양종금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임해 늦어도 이달말까지는 매각 공고를 낸다는 계획이었지만 예기치 못한 증시 급락세 등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작업 진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4일 한국장학재단과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에버랜드 지분 4.25%(10만여주)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산정) 작업이 늦춰지고 있다.
블록딜 방식으로 지분인수 의향을 타진했던 몇몇 해외기관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임에 따라 ‘올해 매각 마무리, 내년 장학사업 개시’ 일정이 순차적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해당 에버랜드 지분은 이건희 회장의 막내딸 고 이윤형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지난 2006년 삼성그룹이 8000억원 규모의 재산 헌납을 발표한 뒤 교육부에 기부됐다.
동양종금증권의 한 관계자는 “진척된 사항이 아무것도 없어 매각공고 일정을 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밝혔다. 동양종금은 그동안 에버랜드의 부동산, 삼성생명 등 보유 유가증권, 영업가치 등을 근거로 200만원 초중반대의 주당 가격을 장학재단 측에 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국내외 금융시장이 급작스럽게 침체되면서 일이 꼬였다. 19.34%나 보유한 삼성생명 주가가 8만원대로 급락, 밸류에이션 수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외에도 1434만여m²(약 434만평)에 달하는 부동산도 보유했는데, 경제상황에 따라 가치가 현저하게 차이날 수 있다.
장학재단의 한 관계자는 “비상장사인 에버랜드의 가치를 산정하기 쉽지 않은데다 시장상황도 안 좋아 상당기간 매각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학재단의 경우 매년 정부로부터 5000억원의 출연금을 받아 13만여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고, 3조원 규모 채권발행을 통해 매 학기 40만명에게 학자금 대출을 해주는 만큼 2000억원 규모의 에버랜드 지분을 헐값에 성급하게 팔기 보다는 최대한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에 매각공고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장학재단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은 그동안 시장에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지분 25.6%를 가진 에버랜드 1대 주주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지분율을 5%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이규성 기자 bobo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