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됐다. 바로 한ㆍ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KAFACIㆍKorea-Africa Food and 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 출범이다. KAFACI는 우리가 오랫동안 축적한 농업기술을 아프리카 국가에 전수, 현지 거점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당시 협의체 출범식에는 아프리카 16개 회원국의 농업 관련 장ㆍ차관과 연구기관 대표들이 참석해 협의체 출범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농촌진흥청은 협의체를 기반으로 회원국들과의 농업 현안 공동연구와 함께 아프리카 농업인력 양성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세계에서 13억3000만명이 하루 1.25달러로 생활하는 절대 빈곤층이며 24억5000만명이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는 더 심해 전체 인구의 41.5%가 절대 빈곤층에 속한다.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인구가 하루에 2만명이 넘는다. 농어촌 발전 없이는 만성적인 기아와 빈곤 문제 해결이 어렵고 경제 재건에도 큰 걸림돌이 된다.
그동안 이들에게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보단 고기를 주다 보니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잠비아 출신 담비사 모요는 '죽은 원조'라는 책에서 일부 고위층 생활은 개선됐을지 모르나 아직도 농촌은 어렵고 대다수의 국민은 하루 1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고생하고 있다고 저술했다. 정말 미래를 생각하고 그들의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는 전역이 빈곤 상태이며, 특히 농촌 지역이 심각하다. 농업생산량을 늘린다면 빈곤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끊이지 않는 내ㆍ외전을 비롯해 경작지 부족, 축산물 수송 시스템 부족, 기반시설 부족, 지역 농업경영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한 인지 부족 등이 문제다.
축산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축 번식기술 향상이 중요하다. 먼저 고능력 가축의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을 통해 짧은 기간 고능력 가축을 다수 증식시킴으로써 자연교배 방법보다 가축 개량을 촉진시킬 수 있고 가축 번식 관련 질병을 줄일 수 있다.
만약 번식센터나 인공수정센터가 있다면 적은 수의 암소를 가진 농가에서는 많은 수의 수소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 생산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미국, 캐나다와 같은 거대한 농장이 아닌 작은 규모의 한국 농업이 축적한 기술을 아프리카에 전달함으로써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하는 강소농(强小農)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에 실현된다면 소농의 약점을 강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KAFACI와 국립축산과학원이 공동으로 지난달 4~13일 10일간 KAFACI 회원국을 대상으로 '가축 인공수정 및 수정란 이식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을 통해 가축번식 분야의 기초적인 이론 강의뿐 아니라 실제 목장에서 적용이 가능한 직장검사, 인공수정, 수정란 채취, 수정란 이식 같은 기술을 전달했으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체외수정란 생산 방법, 멸종위기 동물 보존 방법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또 기본적인 번식기술 전수와 더불어 한국 내 축적된 가축 전염병 관리 시스템을 전파함으로써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상존 국가들이 많은 아프리카의 질병관리제도 향상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워크숍이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계속 추진돼야 한국의 앞선 축산 기술이 아프리카 농촌 발전과 기아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류재규 국립축산과학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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