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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카다피 이후' 중동에 대비하자

시계아이콘01분 03초 소요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해 온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무너졌다. 리비아 반정부군은 어제 수도 트리폴리에 진입해 둘째 아들을 비롯한 카다피 일족을 체포하는 등 트리폴리 시내 전역 대부분을 장악했다. 반군 대표기구인 과도국가위원회(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오늘 "카다피 시대는 끝났다"며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카다피의 몰락은 국민의 자유와 민주화 바람을 유혈진압으로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줬다. '재스민 혁명'에 무너진 튀니지의 벤 알리 정권이 그렇고, 30년간 이집트를 강압 통치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도 그렇다. 지구상에 어떤 독재자도 민의를 거스르고 영원히 존속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이다.

하지만 리비아 사태가 완전히 수습된 것은 아니다. '포스트 카다피' 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되느냐에 안정 여부가 달려 있다. NTC의 역할이 중요하다. NTC는 이른 시일 내 새로운 민주 정부를 수립해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뤄야 한다. 지도부 간 갈등으로 혼란이 이어지면 자칫 제2의 이라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국제사회도 민주 정부 수립을 적극 도와야 한다.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교민의 안전과 카다피 이후에도 리비아의 건설 사업에 우리 건설업체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리비아에는 건설업체 21곳이 총 47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74억달러 규모의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다행히 우리 정부가 지난 6월부터 NTC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기존 계약을 존중하겠다는 긍정적 입장을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약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도로, 건물 등 전후 복구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도록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당장의 건설 사업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다. 대(對)중동 외교 전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동은 우리의 최대 해외건설 시장일 뿐 아니라 국내에서 사용하는 원유의 90%가량을 들여오는 에너지 공급원이기도 하다. 중동의 정정이 불안한 만큼 향후 예상되는 파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전략을 미리미리 마련해 놓아야 할 것이다. 앞을 내다보고 중동 전문인력 양성, 중동문화 연구 등을 통해 이 지역과의 정치ㆍ경제적 교류 확대를 위한 기틀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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