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aT)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그가 aT 사장에 취임한 건 지난해 11월이다. 임기 3년 중 1년도 채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aT를 떠나는 셈이다.
하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도중하차하는 행태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7년 남해군수 재직 시절에도 임기를 2년6개월이나 남기고 군수직에서 사퇴했다. 물론 이때도 국회의원 선거(제18대)에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공천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산림청장에 임명됐다.
산림청장을 맡은지 10개월 만인 2009년 1월에는 농림수산식품부 2차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시절 하 사장은 다음해에 있을 경남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는 그해 9월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출마를 포기해야만 했다.
추석을 앞두고 본인의 이름과 직함(차관)이 적힌 선물을 경남도의원들에게 전달한 것이 선거법 위반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 차관은 "내가 (선물을) 보냈다"며 당당하게 나서더니, 선관위 조사 이후 "모르는 일이다"로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해명을 하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aT 사장 재임기간에도 본인의 고향인 경남 남해지역에 수차례 내려가 강연회와 간담회를 가졌다. 공식업무라고 보기에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도 모호한 상황이었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차관 시절에도 업무는 뒷전이었다"고 귀띔했다.
하 사장의 퇴임 예정일은 오는 9월2일이다. 이후 aT는 후임자 공모 작업을 벌여야 하고, 그가 업무를 파악할때까지 무려 2~3개월간 경영공백이 불가피하다. 하 사장은 본인의 정치적 꿈과 목표를 위해 사장직을 떠난다지만, 하 사장의 중도 하차로 인해 발생하는 aT의 경영공백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뒷말이 무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기업의 주요 자리가 대선때 여권에 기여한 인사나 총선에서 낙천·낙선자를 위한 자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유능한 낙하산도 얼마든지 있지만, 공직을 선거에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 듯한 모양새에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