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車 경기민감주 중심 '되돌림'..운용사 IT 로스컷 가능성"
"국내 기업이익 훼손 우려 본격화 여부 지켜봐야"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18일 코스피가 지난 이틀간의 상승세를 뒤로 하고 1.7%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1840선을 무너뜨리며 59포인트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장 후반 낙폭을 일부 만회하기는 했으나 하락의 선봉에 투신을 중심으로 한 기관이 서면서 시장에 심상찮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외국인의 매도 속에 개인과 기관의 매수세로 버텨왔던 국내 증시가 추가적인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 투자전략팀에는 고객들의 투신 매도세에 대한 문의가 속출했다. 그만큼 투신의 '팔자'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투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670억원(이하 잠정치)어치의 주식을 던졌다. 증권(1089억원), 보험(849억원)도 만만찮은 매도세였지만 투신이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팔자'세는 전기전자(IT), 자동차 등에 집중됐다. 전기전자, 운송장비 업종지수는 이날 각각 5.92%, 3.73% 급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투신의 움직임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를 반영한 IT, 자동차 등 경기 민감주에 대한 비중 축소라고 진단했다. 자산운용사들이 IT 종목을 유난히 많이 판 데는 로스컷(손절매)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기관을 중심으로 한 매도는 단기 급반등에 따른 차익실현성으로 기술적 되돌림 정도로 해석한다"며 "지난 11일 저점 1734에서 4거래일 만에 170포인트를 상회하는 급반등에 따른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운용사들이 이날 IT 종목 로스컷에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IT종목들의 주가가 이미 많이 빠졌지만 3분기 실적전망이 불확실해 진데다 D램 업황도 나아지지 않으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IT 급락은 나쁜 신호로만은 보지 않는다"며 "로스컷이 나오면서 주가가 밀리게 되면 오히려 바닥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정우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간밤 미국 델의 실적 부진으로 이날 시장에서는 내수주와 수출주가 양분화돼 극단적으로 움직였다"고 진단했다. 지난 주 급락 후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투자 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약간의 재료나 외부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하락을 투신 등 기관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분위기로 볼 수 없다는 진단도 있었다. 지난주의 급락은 대외적인 변수에 투자자들의 공포심리가 반응한 것이었다면, 이날 코스피가 보여준 모습은 우리기업 이익에 대한 신뢰가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싸다는 것은 이익 모멘텀 훼손이 제한적일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7월말까지만 해도 2분기 기업이익 하향의 선봉에 섰던 IT 기업들이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있었다"며 "8월 들어 미국·유럽발 경기침체 공포에 노출되면서 시장이 급락하자 이제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 이익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의문들을 가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수요둔화 가능성은 더욱 촉진될 것이고, 낙관적인 이익전망을 내놨던 기업들도 침체의 그늘에 같이 빠져들지 않기 위해 스탠스를 보수적으로 바꾸기 시작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델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소식에서 알 수 있듯, 경기 민감주를 중심으로 이익전망치 수정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팀장은 "기간조정은 이미 시작됐다"며 "당분간은 밴드 상·하단 중 어디에 근접해 있는지에 따라 1900~2000 근처 가면 부담감이, 1700~1800 가면 절대레벨 측면에서의 과매도 국면 인식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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