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유럽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거래세 도입을 다시 제안했지만 반발이 거세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8일자 렉스 칼럼을 통해 "금융거래세 즉 토빈세 도입은 버려야 할 끔찍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FT는 절박한 시기에는 절박한 조치들을 만들게 마련이라면서 메르켈 총리와 사르코지 대통령의 토빈세 도입 주장을 비판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6일 유로존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2시간의 회담 후 오는 9월까지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에 금융거래세 부과를 G20 차원에서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며, 실패할 경우 EU 차원에서라도 금융거래세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토빈세는 이미 몇 차례 도입 논의가 실패했고 전했다. G20 내 다수 국가들이 완강히 반대하고 있으며, EU 내에서도 금융산업 위축을 우려한 영국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유로존 내에서도 토빈세 도입에는 거부감을 나타내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고 FT는 덧붙였다.
FT는 토빈세 도입은 겉으로는 분명히 매력이 있어 보이지만 현실의 여건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경제조사연구소 추정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금융거래 규모는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 12조3000억유로의 115배에 이른다. 0.05%의 토빈세만 물려도 EU는 연간 2150억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규모 1586억유로를 가볍게 넘어서는 규모다.이 때문에 토빈세는 도입만 된다면 부채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정치인들은 입을 모아왔다.
그러나 토빈세를 징수하기 위해서는 EU 회원국 모두가 토빈세 부과에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과가 어렵다. 모든 국가가 도입하지 않을 경우 토빈세 도입 국가와 도입하지 않은 국가 간에 차별이 발생해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독일은 17일 토빈세가 모든 EU 회원국들에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금융거래에서 해악적인 투기적 거래와 위험 감수 및 유동성 보강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선의의 거래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토빈세 부과의 걸림돌이라고 FT는 지적했다.
FT는 또 토빈세가 도입되면 일부 은행들이 거래 부진으로 수익이 떨어지면서 은행업계 인수합병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FT는 은행이 이미 규제하기 힘들 정도로 대형화됐기 때문에 추가로 은행업계 합병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FT는 결론적으로 EU가 어떤 세제를 도입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그 생각이 토빈세라면 영원히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의 요제프 아커만 최고경영자(CEO)도 양국 정상의 토빈세 도입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그는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믿었던 금융거래세가 부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 "금융거래세 도입은 유로존 내 은행들의 수익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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