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귀금속 상가 50년 산증인 송훈섭씨
-IMF이후부터 금값에 민감 요즘엔 외국시세 보고 투자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금값이 무섭게 요동쳐도 초연한 사람이 있다. 종로에서 50년간 귀금속 상가를 운영해 온 송훈섭(72)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바로 금은방에 일자리를 얻어 평생을 귀금속 판매업에 종사해 온 송씨는 자칭 국내 금시장의 산 증인이다.
“예전만 해도 순금은 지금처럼 등락이 심하지 않았어. 이렇게 금값에 일반 사람들이 민감해진 건 IMF 이후부터라고. 사람들이 경기변동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금에 관심을 두게 된 거지. 그 전까지는 매점매석이라는 걸 몰랐고, 10·26 사태가 났을 때 4만원 정도 하던 금이 7만~8만원대까지 올라간 적은 있었지.”
1980년대까지만 해도 금의 순도, 계량 등에 대한 체계가 제대로 서 있지 않았고, 6·25를 겪은 사람들이 전쟁을 대비해 조금씩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고 송씨는 설명했다.
“88올림픽을 치르면서 금이 순도도 좋아지고, 그램(g) 문화도 정착이 되기 시작했지. 한동안은 4만원대로 안정화됐었고. 등록금 내는 시기가 되거나, 김장철이 되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금을 조금씩 내다 파는 수준이었어.”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는 하루에 금값이 1만5000원 이상 폭등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금을 팔러 나왔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공산당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루머가 돌면 금값이 오르고 그랬어. 그런데 요즘에는 오늘 외국 시세를 보면 내일 우리나라에서 얼마가 오른다는 게 딱 나오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기회를 딱 포착을 하는 거지. 최근 4년 새 금값이 엄청나게 뛴 것에 이런 이유가 있겠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여파로 금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최근 종로 귀금속 상가에는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금값이 내린다고 갑자기 귀금속 장사가 잘 되는 게 아니야. 사람들은 오를 때 들러붙어. 내릴 때는 관심도 없다가 오른다고 하면 이제 막 몰려오지. 내가 지금 팔아라 말아라 말은 못하지만, 금값은 결국 또 내리게 돼 있지. 하지만 당분간은 안 내릴 거라고 봐."
송씨는 금은 서민금융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아진 국내 사람들보다 중국, 몽골,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때 조금씩 사 가는 경우가 더 많다.
“귀금속에 투자해서 거부(巨富)가 됐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부동산은 1개가 2개 되고 2개가 4개가 되지. 금은 그런 게 아니야. 파는 사람은 금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 조금씩 마진을 먹고, 사는 사람은 가지고 있다가 급전이 필요할 때 팔고 그런 거지. 또 조금씩 저축을 해서 금을 사 모으고 오르면 팔고 이렇게 조금씩 재산을 불려가기엔 귀금속 투자가 나쁘진 않아.”
결혼예물을 들고 와 눈물짓는 서민들과 함께 50년 세월을 보낸 송씨. 그는 요동치는 금 시장에서도 성실과 정직을 무기로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손해 없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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