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원유가격 인상을 둘러싼 낙농가와 유업체간의 막판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양측은 11일부터 12일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거치며 입장차를 '9원' 정도까지 상당 부분 좁혔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 합의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남아 있어 원유 공급 중단 3일째에 따른 '우유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체 측은 11일 오후 2시20분부터 협상을 재개, 12일 새벽 5시30분까지 15시간 가량 마라톤 협상을 이어간 끝에 원유가격 인상폭에 대한 견해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
이날 낙농가들은 당초 제시했던 ℓ당 173원 인상 요구에서 이날 협상 끝에 '139 + α원' 인상으로 물러섰고 유업체들도 81원에서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대로 '130+α원'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양보했다.
정부 중재안으로 나온 'α'는 원유 ℓ당 기본 가격에다가 인센티브로 추가되는 가격 중에서 체세포수 등급에 따른 인센티브 가격을 상향조정해 원유가격이 사실상 추가 인상되는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정부는 체세포수 2등급 원유 인센티브 가격만 인상키로 했다가 낙농가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자 체세포수 1등급 원유 인센티브 가격도 올려 낙농농가에 평균적으로 ℓ당 8원의 추가 가격인상 효과가 발생하도록 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중재안을 수용한 유업체 측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하는 조건을 내세우며 배수진을 치고 있고 낙농가들도 '130+α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협상 결렬을 불사하고 있다. 결국 지난 6월 21일부터 50여일간 이어져온 협상이 9원 차이 때문에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양측은 현재 공식 협상을 중단하고 비공식채널을 통해 조율중이며 이날 오전 10시에 협상을 재개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벌어질 협상에서도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곧바로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소집해 가격 인상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15명의 이사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원유 가격 인상 폭과 적용시기가 결정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원유공급 중단이 3일째로 접어들면서 이미 시중에선 '우유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유업체인 서울우유는 이미 11일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 일선 매장에 "원유 공급가격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12일에는 우유공급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등 다른 유업체들도 공문 또는 구두상으로 서울우유와 비슷한 내용을 일선 업체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빵, 제과, 커피 등 2차 가공업체들은 수급 불균형으로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동서식품은 프리미엄급 캔커피인 'T.O.P' 가운데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라테류의 생산을 11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업체들이 비축한 원유가 12일이면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 이상 원유 공급이 안되면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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