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를 지켜라> 3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넌 진짜 우주 돌멩이 같아. 돌멩이 주제에 가속도 붙어서 모든 걸 아작 내고 박살내버려.” 자신의 민감한 부위에 뜨거운 커피를 끼얹고 만 은설(최강희)을 향한 지헌(지성)의 한마디에는 이 드라마의 매력이 잘 녹아있다. 은설이 치는 사고는 보통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엉뚱함을 과장하려다 민폐로 빠지는 경우와 달리 캐릭터 자체와 자연스럽게 일치되어 있고, 대개 그녀보다 더 허술한 지헌과의 상호 작용에서 빚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화학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잘못하면 작위적일수도 있는 저 대사는 과격해도 미워할 수 없는 은설의 캐릭터와 그녀에 대한 지헌의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한 비유이기에 인상적이며, 만화 같은 그의 캐릭터에도 똑 들러붙는 화법이기 때문에 사랑스럽다. <보스를 지켜라>가 이끌어내는 코미디나 로맨스가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캐릭터를 명확하게 구축한 뒤 그에 딱 맞는 대사와 상황만을 경제적으로 부여하는 명민함 때문이다.
이 같은 장점은 3회에서 집중적으로 드러난다. 무원(김재중)과 나윤(왕지혜)의 대화는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지헌과의 해묵은 과거와 둘의 묘한 성적 긴장감을 나타내고, 나윤과 은설의 첫 만남에서 뜯어진 치맛단에 대한 대조적 반응은 둘의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각인시키며 지헌을 사이에 둔 추후의 삼각관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첫 회부터 이어져온 패러디나 차용 역시 웃음만을 이끌어내는 소모적 장치가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확고히 하며 극에 활기를 준다. 지헌의 눈앞에 자꾸만 나타나는 은설 상상신에서 누구나 SBS <시크릿 가든>을 연상하고 있을 때, 지헌이 소심하게도 “잠깐만 있다 꺼져”라고 말하는 순간 주원(현빈)과는 또 다른 이 캐릭터만의 매력이 한층 빛난다. “우주 돌멩이”처럼 엉뚱해 보이지만 실은 매우 정교한 이 드라마의 힘에 어디까지 가속도가 붙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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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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