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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조연출 “요즘은 CG실에서도 ‘라스’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려고 한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5분 24초

험난한 예능 생태계에서도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는 정글에 속하는 곳이다. 아무리 유명한 스타가 출연해도 MC들은 능청스럽게 게스트를 놀리고, 방심하면 노래방 기계에게 캐릭터를 빼앗기기도 한다. 게다가 이 방송은 이제 CG와 자막이라는 무기를 장착해 놀라운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앳된 얼굴에 수줍은 말투, 그러나 밤을 새워 작업을 하면서도 “너무 재미있어서” 힘들지 않다며 눈을 반짝이는 정다희 PD는 그 무기를 고르고 벼르는 ‘라디오 스타’의 조연출이다. 가장 과감한 토크쇼이자 가장 화려한 화면을 자랑하는 예능, 사실은 가장 치열한 방송인 ‘라디오 스타’를 만드는 조연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웃음이 있는 한, 그녀의 정글은 언제나 맑음이다.


<#10LOGO#> 곧 200회라 들었다.
정다희
: 어제 마이클 잭슨 특집으로 이주노, 고영욱, 박남정 씨가 출연했는데 2편으로 꼭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그 다음 순서가 ‘라스’ 200회라서. 입담 좋고 음악도 잘하시는 분으로 섭외 중인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라스’는 모든 예능국 조연출들이 하고 싶어 하는 방송”


‘라디오 스타’ 조연출 “요즘은 CG실에서도 ‘라스’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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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LOGO#> 섭외단계에서부터 조연출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은가?
정다희
: 섭외를 할 때는 작가들과 얘기를 많이 하고, 최종 결정은 피디 선배가 하신다. 나는 전 과정에 참여를 하지만 주로 후반 작업을 맡는다. 편집, 자막, CG와 캐릭터를 잡는 일도 내가 하도록 많이 허락해 주신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비해서 ‘라스’는 조연출에게 책임과 권리를 많이 주는 편이라 조연출들이 다들 하고 싶어 하는 방송이다. 드라마국에서 단막극이 조연출에게 좋은 입봉 기회이듯, 예능국에서는 ‘라스’가 그런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복도를 지나가면 선배들이 협박하기도 한다. 이제 슬슬 ‘라스’에서 자리 뺄 때 되지 않았냐고.

<#10LOGO#> 녹화 중간에는 어떤 일을 하나?
정다희
: 주로 부조정실에 있는데, 위에서 보면서 전체 그림을 살피고 질문을 놓치거나 할 때 챙기는 역할을 한다. 워낙 우리 MC들이 이야기 중간에 치고 들어오니까 대답을 깜빡하고 넘어갈 때가 종종 있다. 다들 산만하고 시끄러워서 카메라, 음향 할 것 없이 스태프들이 고생이 많다. 게스트가 노래하는 와중에 떠들 때도 있으니까.


<#10LOGO#> 녹화를 하면서도 편집의 감이 오는 편인가?
정다희
: 녹화가 끝날 때까지는 모른다. 우리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도 다 찍고 나면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재미있는 장면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감이 좀 온다. 대신 게스트들이 분위기가 편하다 보니 신나서 얘기를 너무 깊게 할 때가 있다. 그러면 위험한 이야기는 빼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10LOGO#> 위험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나오는 건가. (웃음)
정다희
: 제작진이 미리 조사하지 않은 이야기나 속마음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야말로 특종인데, 그래도 그런 이야기는 방송에 담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포커스를 두려고 한 이야기가 아닌데 욕심 부리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의미로 녹화 후에 이슈가 생겼을 때도 귀여운 정도 이상은 반영하지 않으려고 한다. 비겁한 것 같아서. 제작진 모두가 비겁한 건 하지 말자고 동의했다.


<#10LOGO#> 보통 녹화 후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정다희
: 이틀 동안 밤새 편집을 하고, 시사를 하면서 작가와 PD선배와 함께 수정을 한다. 그리고 이틀 정도는 CG와 후반작업을 한다.


<#10LOGO#> 시사를 할 때는 전체 분량을 보는 건가? 몇 편으로 나뉠지 모르는 게 ‘라스’의 특징인데.
정다희
: 전체를 보는 게 좋은데, 시간이 워낙 없으면 1편부터 만들어 놓고 남아 있는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주는 2편을 꽉꽉 채워서 잘나가겠다 싶어도 ‘무릎 팍 도사’ 녹화가 너무 잘되어버리면 밀릴 때도 있으니 변동 사항이 많다. 시사할 때와 달리 10분밖에 못 나갈 때도 있고.


<#10LOGO#> 실제로 ‘라스’와 ‘무릎 팍 도사’ 사이의 파워 게임이 존재하나보다. (웃음)
정다희
: 시사를 할 때 두 코너를 같이 본다. 어차피 같은 프로그램이고, 윈윈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코너를 위해 희생할 때가 있다. ‘라스’를 위해서 ‘무릎 팍 도사’가 양보할 때도 있지만, ‘무릎 팍 도사’를 위해서 우리가 작업한 걸 다 뒤집고 새로 자막과 CG를 만들어 넣을 때도 있고 그렇다. 아, 두 코너의 조연출들 간의 신경전은 분명히 존재한다. (웃음)


“서로 믿고 가는 부분에 CG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라디오 스타’ 조연출 “요즘은 CG실에서도 ‘라스’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려고 한다” ‘라디오 스타’는 과감한 토크에 독특한 CG와 자막을 장착해 ‘라디오 스타’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냈다.


<#10LOGO#> ‘라스’에서 자막과 CG야말로 케이크 위의 토핑 같은 존재다. 프로그램 안에서 만들어 진 매뉴얼 같은 게 있을 법도 한데.
정다희
: 우연인지는 몰라도 ‘라스’에 배정받는 조연출들은 대부분 연차가 어린 PD들이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맡은 지 10개월 정도 됐는데, 완전 막내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아직 나는 핏덩어리라고, 일주일에 폭탄을 몇 개 터트려야 하는지는 알아야하지 않겠냐고 선배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들 하시더라. 젊은 패기를 보여줘야 하는 곳이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공식 같은 게 잡히지 않았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곳이라면서 일부러 안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10LOGO#> 그래서 자유로운 한편 마음고생도 많았겠다.
정다희
: 처음 한 달 동안은 잠을 못 잤다. 자다가도 깼다. ‘라스’는 마니아들이 너무 많아서 조연출이 바뀌면 눈치를 챈다. 2주만 지나도 ‘조연출 바뀐 것 같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올 정도다. 그리고 나 역시 최종면접 전 날도 ‘라스’를 보고 잘 정도로 이 프로그램을 선망했기 때문에 오히려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힘든 점이 많았다. 그때는 MC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편집을 했다. 특히 구라 아저씨가 제일 독하신데, (웃음) 그게 사실 ‘라스’의 방향이라서 주로 구라 아저씨가 끌고 가는 방향을 따라갔다. 코미디는 종신 아저씨를 믿고 따라갔고.


<#10LOGO#> 그런 순간이 지나 감을 잡았다고 스스로 느낀 순간이 왔을 것 같은데, 언제부터였나.
정다희
: 2개월 정도 지켜보니까 게스트를 잘 관찰하면 캐릭터가 보이기시작하더라. 그래서 이 캐릭터를 살리면 되겠다, 그런 감이 오면서 부터 부담을 버리고 편집과 CG를 즐기게 된 것 같다. 특히 MBC <몽땅 내사랑> 출연자들이 나왔을 때, 김갑수 씨 캐릭터가 딱 보이면서 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계속 출연자의 리액션을 관찰하니까 남들이 안보는 표정도 보게 되는데, 김갑수 씨가 안 듣는 척 하면서 자신에 관한 이야기에 신경 쓰는 스타일이신 것 같더라. 그래서 그때 귀만 크게 그려 넣는 CG를 썼다. 그 후에 녹화 끝나고 구라 아저씨가 요즘 방송 재밌다고 해 주시는 거다. 그때부터는 나도 내 감을 좀 믿고 가도 되겠다싶어서, 요즘은 내가 하고 싶은걸 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처음의 감을 믿어야 되는 거더라. 고민하거나 망설이면서 나중에 고치면 확실히 재미가 덜하다.


<#10LOGO#> 출연자들이나 MC가 자신의 멘트를 위해서 CG를 청탁하는 경우도 있나.
정다희
: ‘라스’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조연출과 MC들이 돈독하다. ‘무릎 팍 도사’라는 공공의 적이 있기 때문에 동지의식이 철저하다. (웃음) 그래서 녹화를 하면서 바로 말하는 편이다. 이때쯤이면 무슨 CG가 들어갔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게스트에게 말할 정도다. 특히 희철 오빠 같은 경우는 무리수 개그를 많이 하는데, 구라 아저씨가 핀잔을 주면 CG가 들어가면 재미있어 진다고 큰소리 칠 정도다. 상황극을 할 때도 ‘나에게 여장이 오겠구나’ 미리 짐작하는 것 같고. 서로 믿고 가는 부분에 CG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CG실에서는 나를 싫어하신다. (웃음) 너무 일이 많으니까.


<#10LOGO#> 그런 생각도 했다. 아이디어를 비주얼로 만드는 인력을 설득하는 것도 조연출의 몫일 텐데 힘든 점은 없나.
정다희
: 구라 아저씨 어깨를 올려 달라던가, 그런 부탁을 할 때는 미안하기도 하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분들께 황당한 CG만 부탁하니까. 그런데 요즘에는 오히려 CG실에서도 ‘라스’ 작업은 더 신경 써 주시고 최대한 특유의 느낌을 살려주려고 하신다. 방송 하고나면 꼭 전화 드려서 ‘라스’는 CG 팬이 많고 반응이 좋다고 말씀 드리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먼저 독한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실 정도다.


<#10LOGO#> 요즘은 자막도 더 화려해 진 것 같다. 예전에는 얼굴만 들어가던 인물 캐릭터를 ‘김태원의 마른 몸’처럼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정다희
: 간단한 캐릭터 작업은 자막실에서 해 주신다. 역시 너무 일이 많다고 싫어하시지만. (웃음) 그런 부분은 만화 <멋지다 마사루>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진지한 장면에서 갑자기 3등신으로 그림체가 변하는 생뚱맞은 장면들이 있는데,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진지하게 얘기하는 말 중에서 놀릴 수 있는 부분이 보이면 그걸 캐릭터도 넣어 버리는 거다.


“유희열 씨가 출연한다면 신체의 특징을 꼼꼼히 다 살려드리겠다”


‘라디오 스타’ 조연출 “요즘은 CG실에서도 ‘라스’만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주려고 한다”

<#10LOGO#> 그런 점에서 얼마 전, 김연우가 낙법을 선보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효과를 빼는 타이밍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 같아보였다.
정다희
: 내 역할은 MC들이 던져 놓은 상황을 최대한 밀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춤추고 놀고 있으면 한발 더 나가서 MC들을 술 취한 아저씨로 만들어 주는 거다. 미러볼 달고. 그런데 사람 자체가 너무 재미있을 경우에는 함부로 끼어들지 않으려고 한다. CG가 들어가면 사람들이 CG만 본다. 김연우 씨 경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김연우의 몸으로 갔으면 했기 때문에 자막도, CG도 다 빼 버린 거다.


<#10LOGO#> 편집할 때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다. 언제 무엇을 빼느냐의 문제인데.
정다희
: 아까운 장면이 엄청 많다. 풀버전으로 노래를 공개할 때가 있는데, 앞으로 토크도 그런 방식으로 공개해 볼까 생각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편집이나 자막이나 가식적이지 않게 검열을 한다. 자막 다 써놓고 오글거리는 부분을 뺄 때가 있다.


<#10LOGO#> 이제는 성격 자체가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을 것 같다.
정다희
: 친구들이 ‘라스’를 하면서부터 되게 독해졌다고 놀리기는 한다. 평소에도 4차원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기는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예능국 선배들에게 오히려 나는 너무 평범해서 고민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라스’에 있으면서 더 특이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은 한다.


<#10LOGO#> 특이함이 아닌 다른 지점에서도 하면 할수록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정다희
: 요즘 궁금한 것은 인터넷 문화를 어디까지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다. 진짜 ‘라스’스럽고 마니아스러울 것 같은 내용인데, 보통 시청자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에서 고민을 한다. 일단 그냥 봐도 재미있고, 알고 보면 한 번 더 웃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려고 하는데 여전히 어렵다. 많은 시청자들이 편하게 낄낄낄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10LOGO#> ‘라스’를 하면서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
정다희
: 김도균 씨가 출연해 기타를 쳤을 때, 자막으로 ‘방송 음향의 한계를 넘어버린’이라고 썼었는데 그건 자기반성적인 말이었다. 모시기 어려운 분을 모셔놓고 우리가 현장에서 본 것을 안방까지 전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건데, 우리도 언젠가는 스테레오로 음악을 송출하자고 논의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중학생 때부터 유희열씨의 팬인데, 출연 하시면 정말 CG 잘 해드릴 자신 있다. 본인이 자랑하시는 신체의 특징들을 꼼꼼하게 다 살려드릴 수 있다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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