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신흥시장 경제의 대표주자인 브라질 금융시장이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각국 주가가 모두 하락세지만 특히 브라질 주가지수의 ‘추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절상을 이어오던 헤알화 가치도 하락 반전했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주식시장 보베스파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08%(4280.93포인트) 하락한 4만8668.29에 거래를 마감해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보베스파지수는 이달 1일부터 8일까지 16.86% 폭락했다.
지난 주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을 발표한 영향으로 5일보다 더 큰 낙폭을 보였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약세도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은 브라질의 2위 무역상대국이기에 충격은 상당했다. 구성종목 66개 모두가 일제히 하락했다.
브라질 헤알화도 2달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헤알·달러 환율은 달러당 1.6263헤알을 기록해 5일 1.5761헤알에서 상승했다. 이는 3.1% 절하된 것으로 남미지역 주요 6개 통화 중 가장 낙폭이 컸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6% 이상 절상된 헤알화 강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이같은 흐름의 이유는 미국·유럽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서 신흥국 등 ‘고위험’ 시장에 몰렸던 유동성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재정적자에 짓눌린 미국과 유럽 경제가 더딘 성장을 보이면서 세계 투자수요는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지역과 아시아의 신흥시장국으로 몰렸고 경기 과열 조짐까지 보였다. 브라질의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으로 상향됐고 헤알화 가치 급등에 달러를 적극 매입하면서 외환보유고도 3500억달러 가까이 늘어 세계 6위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최근 며칠간 주식시장 ‘투매’가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브라질에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보베스파 지수에서 브라질의 ‘플래그십(대표급)’ 종목인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와 광산개발업체 발레는 각각 7.6%, 9.2% 떨어졌다. 최대 은행인 국영 ‘방쿠 두 브라질’은 5.7%, 남미지역 최대 민간은행 이타우우니바쿠는 10.9% 폭락했다. 특히 브라질 은행권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신용대출이 급속히 늘면서 부실채권 비중도 늘어 위기가 계속될 경우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GAP어셋매니지먼트의 카를로스 카마초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제상황이 연일 악화되면서 위험자산 투자가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악재를 뛰어넘어 미국·유럽발 위기로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파울루 사프디에프라이빗뱅크의 오타비오 비에이라 투자전략가는 “브라질 주식시장은 유동성 유출보다 유입이 한동안 더 많았다”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속한 철수는 금융시장 상황을 어느 때보다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어느 나라보다도 잘 견딘 국가”라면서 동요하는 투자시장을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호세프 대통령은 “지금은 세계 경제의 두 번째 위기이며, 이번에도 브라질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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