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밤, MBC <댄싱 위드 더 스타> 세미파이널에 오른 문희준-안혜상 씨 팀의 첫 경연 후 이어진 심사평, 특히 국가대표 감독 황선우 씨의 심사평은 한 번의 실수가 있었음에도 칭찬 일색이었습니다. 일단 자세며 모양새가 완벽함은 물론 주제에 대한 해석도 뛰어나다는 극찬을 받았죠. 그리고 이런 난이도 높은 작품을 한 주일 안에 소화해달라고 주문한 제작진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도 했어요. 지난 주 주제 ‘파소도블레’는 남성 주도의, 넘치는 힘이 요구되는 춤이고 전문 댄서들도 까다로워하는 종목인지라 다른 팀 전문 댄서 박지우, 김강산 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문희준 씨의 심적 부담을 잘 이해하시는 듯 했어요.
춤으로 이름 석 자를 다시 각인시켰어요
그런데 세미파이널에서는 평소처럼 하나가 아닌 두 개의 주제가 각 팀에게 주어졌습니다. ‘파소도블레’ 외에 ‘반전 댄스’도 선보여야 했으니 실제로는 세 가지의 춤을 완성해야 했던 겁니다. 두 번째 무대에서 문희준 씨 팀은 왈츠로 시작해 삼바로 반전을 이루는 멋진 춤을 선보였는데요. 내내 바르고 우아한 자세를 고수해야 하는 왈츠와 격정적인 열정을 표현해야 하는 삼바가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황선우 감독 역시 ‘나를 감동시키는 데에 성공을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난이도 높은 스텝을 넣는 어려운 시도를 한 건지 모르겠다’며 극찬을 했고요. 문외한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문희준 씨 팀의 왈츠 스텝 구성이 국가대표 선수 급이었다죠?
그리고 의미심장한 말씀이 이어졌어요. “모든 춤을 심사할 때는 난이도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떤 사람은 쉬운 것으로 하고 어떤 사람은 어려운 것으로 하면, 심사가 제대로 안 되겠죠?”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도전자 즉, 전문 댄서가 아닌 문희준, 제시카 고메즈, 김규리 씨가 펼치는 춤사위의 난이도를 감안하여 심사를 하자는 조언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아쉽게도 다른 심사위원들이 전체적인 아름다움에 중점을 두는 심사로 다른 팀에게 연달아 10점 만점을 주는 바람에 문희준-안혜상 씨 팀은 3위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세미파이널에 오른 이상 등수의 고하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춤에 대한 갈망을 누르고 살아온 세월이 무려 10년이라는 문희준 씨. 다시 춤으로, 그것도 생전 처음 접하는 스포츠 댄스로 대중에게 ‘문희준’이라는 이름을 새롭게 각인시키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도전은 보람 있는 일이었어요.
예능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문희준 씨를 응원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이었지요? KBS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에 새 멤버로 투입된 박재범 군을 돕기 위해 등장한 문희준 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더군요. 이번 주 주제를 연습하면서도 다음 주 주제를 또 고심해야할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숨 가쁜 일정 중에 후배의 도우미로 나섰다는 게 어찌나 대견한지 모르겠어요. 더구나 파트너 안혜상 씨와 교감하며 호흡을 주고받을 때도 느꼈지만 이번 박재범 군과의 ‘캔디’ 공연 때도 남을 받쳐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더란 말입니다. “춤이 너무 어려워서 립싱크를 할 수밖에 없는 곡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이 처음 라이브이다. 나는 내 파트만 부르지만 재범이는 나머지 네 사람 파트를 다 맡아 부른다”라고 거듭 강조해가며 재범 군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걸 입증하려고 애썼으니까요. 말이 쉽지, 대중 앞에서 후배를 살리고자 자신을 턱없이 낮춘다는 게, 그것도 아이돌의 조상급인 문희준 씨 입장에서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한때는 H.O.T 다섯 명끼리도 서로 튀어 보이려고 애썼지 싶은 문희준 씨가 이렇게 달라지다니요. 더욱이 손에 땀을 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예능감을 잊지 않으며 프로그램에 일조하려는 자세는 예능인으로서도 귀감이 될 만하다고 봐요.
그래요. ‘문희준이 달라졌네’라고 처음에는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저는 문희준 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알지를 못했던 거였어요. 그저 수많은 팬을 떼로 몰고 다니는 화려한 아이돌 그룹의 리더, 그리고 안티들의 험한 공격을 받았던 뼈아픈 과거가 있는 연예인의 하나로만 기억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질기고 질긴 근거 없는 루머와 질타를 견뎌내고 이 자리까지 온 걸 보면 보통 근성이며 배포는 아닐진대 그 오랜 갈등과 외로운 홀로서기를 저는 그저 남의 집 불구경이라도 하는 양 심드렁하니 바라봤던 거죠. 따라서 그간 미안했다는 말씀, 꼭 드려야 할 것 같네요.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자세가 마음에 든다는 말씀 또한 드리고 싶고요. <댄싱 위드 더 스타>의 등수와 상관없이, 배려를 아는 청년 문희준 씨. 그대는 정녕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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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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