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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이제 작품으로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고 싶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5분 36초

이민호 “이제 작품으로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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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티헌터>의 이윤성은 색다른 영웅이었다. 뜻하지 않게 복수만을 위해 길러졌으면서도 살인이 아닌 제대로 된 복수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고독하게 운명을 짊어지기보다 약하고 평범한 사람들 삶 속에 깊이 들어간 이윤성은 극적으로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힘 있는 영웅을 보여줬다. 화려하고 강한 영웅과는 거리가 먼 이 시티헌터 만큼이나, 로맨틱한 이미지로 굳어진 이민호가 이윤성을 연기한다는 것도 낯선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민호는 “외로움을 기본으로” 캐릭터의 중심을 잡고 “감정이 20회 내내 이어질 수 있게 감정을 분배”하며 자신만의 시티헌터를 완성해갔다. 적지 않은 무명 시간을 보내고 엄청난 인기를 얻은 후 이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이민호를 만났다.

<#10LOGO#> <시티헌터>를 촬영하며 파편으로 다치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회복은 다 됐나.
이민호: 두 번 폭약을 설치했는데 폭약을 너무 많이 설치하는 바람에 유리 파편이 튀어 다리를 다쳤다. 그 상처는 많이 나았지만 사실 지금도 온 몸이 멍투성이고 만신창이다. 그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웃음)


<#10LOGO#> <시티헌터>는 양아버지 이진표(김상중)는 죽고 이윤성은 살면서 끝났다. 엔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민호: 이윤성이라는 인물의 느낌과 비슷한 엔딩이었던 것 같다. 이윤성은 이기적일 수 없는 캐릭터인데 이진표가 죽고, 이윤성의 삶은 밝게만 끝났다면 이윤성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거다. 쓸쓸한 모습으로 도시를 달리는 장면으로 끝난 것도 이윤성다운 것 같다. 달려간 이후의 이윤성은 아마도 행복했을 거다(웃음) 원작처럼 평범하게 숨어 지낼 수도 있었을 것 같고.

<#10LOGO#> 마지막 회는 이윤성이 그동안 자신을 복수의 도구로 키운 이진표와 화해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이진표와의 연기는 20회 내내 감정을 몰입해야 하는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연기를 하는 건 어땠나.
이민호: 감정이 20회 동안 고르게 이어질 수 있도록 순간순간 쪼개는 게 필요했다. 이진표를 대하며 생기는 감정이 갑자기 약해지면 시청자들이 몰입할 수 없으니까. 이진표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강하게 나가는 인물이라 이진표와 대립하려면 센 느낌이 아닌 다른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눈에 힘만 주며 연기하지 않고 이진표를 만났을 때 생기는 슬픔과 분노를 되도록 자제하며 연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어진 이윤성의 감정은 이진표가 자신을 납치해서 키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송곳으로 자해한 그 장면에서야 터진다. 그 이후에는 사실 되도록 이진표를 이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10LOGO#> 일찍부터 출연이 결정된 작품이다. 작품 전에 생각했던 이윤성과 지금의 이윤성에 차이가 있나.
이민호: 처음에는 지금보다 우울하게 시작하려고 했다. 웃음기 없이 어두운 인물이 김나나(박민영)를 만나고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밝아지는 모습으로 변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가게 됐다(웃음) 감독님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액션 드라마가 쉽게 실패할 수도 있고, 멜로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티격태격한 신을 초반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


<#10LOGO#> 김나나와의 관계에서는 짓궂게 굴다가도, 어설프게 질투도 하고 진지하고 차가운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을 보여줬다. 마치 그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 얻은 경험을 다 쏟아 붓는 느낌이었다.
이민호: 김나나와 티격태격하는 연기는 모든 드라마에서 남녀의 그런 모습이 늘 나오는 것처럼, 이제는 익숙하게 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오그라드는 장면 같은 경우에는(웃음), 진혁 감독님을 믿었다. 워낙 예쁘고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주시는 분이라. 또 박민영이란 배우가 내가 어떻게 표현하든 잘 받아줄 수 있는 배우라 편하게 연기해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 엔딩에서는 이윤성이 좀 더 다른 방식으로, 더 어른스럽게, 남자답게 김나나를 대하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것을 김나나가 알게 된 후에는 막상 김나나와 관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김나나에게 할 수 있는 건 처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길게 끌고 갔더라면 그 전의 긴장감이 계속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분노신도 차분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호 “이제 작품으로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고 싶다”

<#10LOGO#> <시티헌터>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꽃보다 남자>나 MBC <개인의 취향>과 전혀 다른 장르다. 액션도 많이 등장하고 주인공 캐릭터도 다른데 전작과 달리 <시티헌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이민호: 인물들의 관계에서 쌓이는 감정들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걸 염두에 뒀다. 회가 거듭될수록 이윤성과 김영주(이준혁)와의 관계도 달라지고 그 사이의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김영주의 아버지인 김종식(최일화)이 이윤성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김영주와 만났을 때 사실 대본에서는 차갑게 바로 돌아서는 설정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김영주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 것 같더라.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가 다쳤다는 점도 그렇고 일단 미안한 감정이 중요할 것 같아서 수정했다. 인물들과 부딪치며 생기는 감정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고 싶었다.


<#10LOGO#> 그렇게 대본 상 캐릭터 설정이 본인의 해석과 다를 때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 편인가.
이민호: 일단 스스로 고민을 많이 먼저 한다. 그 후 나름대로 내 결론이 생기면 나중에 상의한다. 이번에도 고민을 혼자 많이 한 후 감독님과 상의해서 내 생각과 다른 점이 뭔지 살폈다. 사실 그게 내 성격이기도 한 것 같다. 뭔가 고민이 생기면 혼자 생각을 많이 한 다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는 편이다.


<#10LOGO#> 이윤성의 액션은 다른 히어로물의 액션과 달리, 주인공의 액션이 화려하게 튀지 않았다.
이민호: 그게 내 성향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보여줄 때 강요하지 않고 의외성을 좋아한다. 슬픈 장면이라 해서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지 않고 분노신도 차분하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도 겉멋이 들어간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강한 액션신이라 해도 최대한 담백하게,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고 싶었다. 숟가락 액션신과 계단에서 했던 액션신이 내가 생각하는 액션 명장면인데, 특히 계단 액션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조명 하나로 심각하고 긴박함을 표현하는 느낌이 좋았다. 큰 사건도 조용히 표현되는 게 더 좋다.


<#10LOGO#> 대역을 많이 쓰지 않았다고 들었다. 위험한 장면이 많았을텐데.
이민호: 8-90%는 내가 했다.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담을 넘어야 하는 부분은 다른 분이 하셨지만 나머지는 내가 욕심을 냈다. 제작진은 안 해도 된다고 하는 걸 내가 굳이 한 거다.

<#10LOGO#> 이윤성은 복수를 위해 살면서도 가족의 사랑을 그리워하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그만큼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고, 바깥으로는 여러 문제를 겪는다.
이민호: 이윤성은 굉장한 외로움이 내재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복수라는 운명에 매여 있는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친다는 사실에 너무 슬퍼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배우 이민호가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을 생각하며 이윤성을 연기했고, 그 외로움이란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외로움이란 감정을 기본으로 두고 김나나, 김영주(이준혁), 이진표를 대할 때처럼 인물과 상황에 따라 이윤성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변하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


<#10LOGO#> 이윤성의 복수 방식은 복수를 끊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다.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민호: 적을 죽이지 않고 사회의 심판을 받게 하는 등 여론으로 절대 용서받지 못하게 하는 파멸은 이윤성 스스로를 굉장히 피곤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윤성은 “피가 피를 부르는 복수”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힘들어도 그게 맞는 것 같다. 그러지 않으면 끝이 없다. 하지만 사실 연기할 때는 피곤해서 5명 한꺼번에 처단하고 싶기도 했다(웃음)


<#10LOGO#> 복수 방식도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웃음) 액션도 많이 필요한 캐릭터에 그렇게 욕심을 낸 이유가 있을까.
이민호: 처음으로 원톱이었고, 중심인 작품이라 책임감이 컸다. 그러다보니 액션은 물론이고 작은 소품 하나하나도 다 신경을 쓰고 관여하게 되더라. 대본을 분석할 때도 “이 부분에서는 이 감정인데 이렇게 표현해야 하지 않을 까요” 하며 철저하게 파고들었다. 작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 썼다.


<#10LOGO#> 이윤성을 연기하며 생각과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생각이 많으면 연기가 부자연스러워질 수도 있었을텐데. 연기할 때 이 것 하나만은 가지고 간다 하는 게 있었나.
이민호: 캐릭터의 중심을 잡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이윤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가치관을 가진 인물인지, 어느 선까지 감정을 표현하는 게 맞는 건지 등을 정확히 잡아야 대본이 틀어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다. 외로움을 기본으로 갖고 가면서 분노를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배우 생활을 계속 하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민호 “이제 작품으로 잃어버린 내 모습을 찾고 싶다”



<#10LOGO#> 이윤성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꽃보다 남자>로 스타덤에 올랐고 많은 인기를 누리는 입장에서 이런 캐릭터에 공감하는 점이 있을까.
이민호: 제 3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윤성은 굉장히 불쌍한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원치 않은 삶을 살았고 부모에게 사랑도 받지 못했다. 그런 이윤성이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10LOGO#> 이윤성의 외로움을 연기할 때 배우 이민호의 외로움을 생각했다고 했는데 언제 가장 외로운가.
이민호: 사실 예전에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밝고 친화력도 강하고 사람을 넓게 알아가는 스타일이었는데 많은 사랑을 받은 후에 그런 점이 많이 없어졌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사람을 만나면 피하게 되고, 일 년 만에 만난 사람에게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나 자신을 보고 슬펐다.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외로움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노력을 해도 배우 생활을 계속 하면서 외로움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 같다.


<#10LOGO#> <꽃보다 남자>로 많은 사랑을 받은 후, <시티헌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제 2막을 시작한 것 같다. <시티헌터>는 본인의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인가.
이민호: 그동안 ‘꽃남’이라는 수식어가 주로 붙고 반짝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다면 <시티헌터>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배우라는 타이틀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고 해야 하나. <시티헌터> 이후로 유쾌한 것 뿐 아니라 진지하고 고독한 분위기의 작품도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그만큼 연기 폭이 조금 넓어진 기분이다.


<#10LOGO#> 본인이 생각하는 배우의 가능성은 어떤 건가.
이민호: 감정을 자유자재로 분배할 수 있는 게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2-3시간의 영화든 20회 등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드라마든, 주어진 시간 속에서 캐릭터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분배해서 캐릭터를 보여주고 감동을 주는 게 배우가 아닐까. 사실 이게 참 어려운 것 같다(웃음) 하지만 진실성만 갖고 있으면 보는 사람이 알아보실 것 같고 어떤 상황이든 종료할 수 있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중간으로 표현하며 진심을 담고 싶다.


<#10LOGO#>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이민호: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다. 만화방 들락날락하는 동네 백수나(웃음) 아예 영화 <트와일라잇>처럼 상상 속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10LOGO#>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나.
이민호: 중, 고등학교 때만 해도 내가 그렇게 살았다. 풀어져서 슬리퍼 끌고 다니고(웃음) 성인이 되면서 그런 모습을 많이 잃었고 이제 작품을 통해 그런 모습을 찾고 싶다. 팬들도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 풀어진 역할을 하면 경험을 살려 더 잘할 자신도 있다.


<#10LOGO#> 20대 중반이다. 빨리 나이들고 싶나.
이민호: 남자 배우 분들 중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분들이 많은데 난 소년과 어른 사이 중간에 있는 지금 모습이 좋다. 날 표현하는 게 하나로 국한되지 않는 느낌이 드니까. 30대가 넘어야 진정한 매력이 나올 수도 있지만, 난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면 슬플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시간이 가는 게 싫다(웃음)
사진제공. 스타우스엔터테인먼트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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