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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의 건강맛집] '콩두(豆) 이야기' - 장의 깊은 맛을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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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된장, 간장, 고추장 등 장류는 한국 요리 전반을 지배해온 식재료다. 하지만 트렌드는 조금씩 변화의 과정을 겪는다. 집집마다 장을 직접 담가먹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장이 대형 마트에서 구매 가능한 규격화된 '가공품'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집에서 장의 깊은 맛을 경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서울 신문로 경희궁 터 서울 역사박물관 1층에 위치한 '콩두(豆) 이야기'(이하 콩두)는 한국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장을 이용한 '모던' 한식 요리를 선보인다. '모던' 이라는 말에서 '퓨전' 음식을 떠올리기 쉽지만, 모던 한식은 요즘 트렌드인 퓨전 한식과는 다르다. 퓨전 한식이 한식과 다른 나라의 요리를 합쳐 무국적성ㆍ무정체성의 느낌이 강하다면, '콩두'는 전통 한식을 현대적인 트렌드에 맞게 업데이트했다. 또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섞은 퓨전 한식에 비해 '콩두'는 한국 음식의 고유한 특성을 유지하며 세계 여러 요리 형식을 변주한다. 식당의 세련된 인테리어와 음식의 모습, 음식을 담아낸 용기들을 보면 프렌치나 이탈리안 등 전형적인 서양식 레스토랑이 떠오른다. 하지만 음식 맛을 보는 순간 이 생각은 와르르 무너진다. 한국의 음식 문화를 관통하는 장이 기본 베이스인 '콩두'의 모든 요리들은 진정한 한국적인 맛의 정체를 알려준다.


흔히 두부요리 전문점으로 오인되지만 '콩두'의 영역은 이보다 훨씬 더 넓고 깊다. 서른 개 남짓한 '중심 되는 요리'(Main Dishes)와 전채로 구성된 '콩두'의 메뉴에서는 '클래식'과 '트렌드'가 동시에 발견된다. 모둠쌈밥이나 꽃게장, 보리굴비와 김치찜 등 흔한 한국 요리들과 청국장 소스를 끼얹은 두부 스테이크나 차가운 청둥호박 수프 등 서양 외관의 '변주 variation' 한국 요리들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장 요리 전문점을 지향하는 만큼 '콩두'는 직접 장을 담그는 대신 국내 각 지역의 명인과 장인이 담은 장을 엄선하며, 화학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진한 맛의 조선간장을 고집한다. '요리사는 최고의 재료를 만드는 사람이 아닌, 최고의 재료를 구해 가공하는 사람'이라는 '콩두' 한윤주(46) 대표이사의 굳은 신념 때문이다. 또한 헤드 셰프인 에릭 킴(32, 김진래) 포함 열 명의 젊은 요리사들이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콩두'는 가히 '음식사관학교'다. 완벽에 가까운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내기 위해 열 명의 요리사들은 '박 터지게' 싸우고 토론한다.

'콩두'에서 기자가 먹은 음식은 여름 시즌에 어울리는 디너 코스 요리다. 제철 재료 사용을 위해 '콩두'는 일 년에 네 번씩 중심되는 요리 위주로 메뉴에 변화를 준다. '콩 국물에 버무린 시원한 감자국수 말이'와 '매실 편을 곁들인 호박 타락죽' 등 두 개의 전채 요리와 두 메인 요리 '바다내음의 전복 스테이크와 내장 밥' '한방 재료로 고은 모던 삼계탕'을 거쳐 밤과 복분자 소스를 끼얹은 대추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했다. (실제 제공되는 음식의 양은 사진에 비해 30% 정도 많다) 사찰음식전문점 '발우공양'에서 먹었던 것과 유사한 '콩국수에 버무린 시원한 감자국수 말이'는 시원한 콩 국물과 아삭한 생 감자 채의 밸런스에 복분자 드레싱을 끼얹은 모둠 채소 샐러드로 포인트를 줬다. 단호박과 늙은호박을 반씩 쓴 '매실편을 곁들인 호박 타락(우유의 옛 이름)죽'은 우유와 호박의 깊은 맛이 입 속에서 어우러지며 곧 등장할 주 요리를 향한 식욕을 올려놓는 '똘똘한' 전채였다.


이제 주 요리를 맛볼 차례다. 칼륨과 인 등 '미네랄 덩어리'인 전복 살과 내장을 이용한 '전복 스테이크와 내장 밥'에서는 서양식과 한식의 오묘함이 절로 느껴졌다. 스테이크는 달콤한 소스 옷을 입은 버섯과 어린 새싹, 알맞게 구워진 전복 살이 쫄깃한 '서양식'이며, '남자를 위한 정력제'로 통하는 전복 내장 밥은 내장 특유의 쌉쌀한 맛이 인상적인 '한식'으로 밥과 리조또의 중간 쯤에 위치해 있었다. 닭 뼈를 오븐에 구운 후 계피, 황기, 인삼 등과 함께 우려낸 닭 육수의 '모던 삼계탕'은 콩 국물을 첨가해 닭 육수의 텁텁함을 제거했다. 수프보다는 진하고 탕보다는 묽은 '모던 삼계탕'은 평소 닭 육수를 즐기지 않던 기자에게도 별 부담 없이 다가왔다.

"한식의 세계화도 중요하지만 현재와 미래의 음식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도 중요해요. 10년 후 우리들의 식탁에 자리잡을 일반적인 음식들이 어떤 것들일지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에릭 킴 헤드 셰프의 말에서 새로운 한국 요리를 개척한다는 자긍심이 절로 묻어나는 것 같다. '콩두'의 모든 요리도 그렇다.


우리집은// 한윤주 ㈜콩두F&C 대표이사


"영국 유학 갔을 때 일이에요. 우동과 초밥, 롤 등을 파는 일식집 앞에 멋진 수트 차림의 영국 신사들이 길에 줄을 서서 음식을 테이크 아웃하는 것을 보고 번뜩했어요. 외국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트렌디하게 소개할 수 없을까?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발효 음식인 장 류를 떠올린 것은 그 순간입니다."


지난 2002년 2월 삼청동에서 시작, 현재 광화문 역사문화박물관 1층으로 터를 옮긴 한식 레스토랑 '콩두(豆) 이야기'(이하 콩두) 한윤주(46) 대표이사의 말이다. 패션 액세서리 업체 '이마컴퍼니'의 대표이자 액세서리 디자이너인 한대표는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더해 자신이 어렸을 때 먹던 음식의 추억을 다시 대중과 공유하고 싶어서 '콩두'를 만들게 되었다고 밝힌다.


한대표가 정의하는 '콩두'의 음식 스타일은 '90퍼센트의 자긍심 그리고 10퍼센트의 모험심'이다 외국인의 입맛에 맞추려고 한국 음식의 본질을 깨뜨리지는 않는다는 그런 말이다. 김치에서 액젓을 뺀다거나 청국장의 냄새를 인위적으로 죽인다거나 하는 행동은 '콩두'의 주방에서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열 명의 셰프들과의 잦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한대표는 현재의 음식 트렌드를 읽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콩두'는 한식의 큰 틀은 지키면서 현대적인 것과 퓨전적인 것 더 나아가 데카당스한 것 등 음식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 '청국장 소스 두부 스테이크'와 김과 깨가 듬뿍 뿌려진 옛날식 동치미는 '콩두' 한대표의 '발칙한'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 최고 효자 메뉴다.



자문위원은 // '발우공양' 대안스님


단호박과 늙은호박은 모두 라틴아메리카 원산의 서양계 호박(C. maxima)으로, 동양계 호박은 이미 삼국시대 이후 통일신라시대에 재배됐다는 사료가 남아있을 정도로 한국과는 인연이 깊은 식자재다. 단호박과 늙은호박은 크기와 껍질ㆍ과육 등 여러 면에서 전혀 다른 모양과 맛을 갖는 식재료다. 단호박에는 섭취 후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눈 건강과 감기 예방에 특효가 있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있다. 100g 당 칼로리가 29kcal에 불과해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아주 좋다. 일반 호박을 늦가을까지 숙성시킨 늙은호박은 황토빛 외피를 하고 있으며, 단호박에 비해 과육은 더 붉고 크기도 훨씬 크다. 전통적으로 임산부가 아기를 낳으면 늙은 호박을 고은 물을 마실 정도로, 산후 부기를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진다. 또한 단호박과 비교해 비타민C와 칼륨ㆍ레시틴 등의 함유 비율이 월등해, 회복기 환자와 위장 등 내장기관이 약한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대개 단호박만을 사용하는 다른 식당과는 달리 '콩두'의 차가운 '매실편을 곁들인 호박 타락죽'은 단호박과 늙은호박을 같이 쓴다. 고소한 반면 차가워지면 다소 텁텁한 맛을 내고 질감이 세지는 단호박의 단점을 덜기 위해 늙은호박으로 죽의 농도와 맛을 조절한 것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윤동주 기자 doso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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