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진화·소방정책·독립 등 선결과제 ‘셋’… “현장 경험 풍부해 기대치 높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직 소방서장이 소방방재청장을 공개비판한 뒤 사퇴의사를 밝혔다. 얼마뒤 소방방재청 차장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에는 고향으로 내려가던 차장이 사흘만에 청장으로 복귀했다. 21일 진행된 차관 및 차관급 인사로 소방방재청이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방방재청장에 내정된 이기환 신임 청장은 2004년 소방방재청이 만들어진 이후 두 번째 소방직 청장이다. 이로써 소방방재청은 고시 출신 행정직이 아닌 소방직 출신이 수장을 맡게 됐다.
하지만 화려한 복귀신고와 달리 이 청장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산적해있다. 현재 소방방재청 내부에서 이번 인사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내부갈등 진화다. 이달초 류충 음성소방서장이 박연수 전 청장을 비판하고 사퇴의사를 밝힌 뒤 소방직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청장이 나흘전 사표를 제출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청장이 실패한 소방직과 비소방직의 조율을 떠안은 셈이다.
현장 활동이 주임무인 소방방재청의 업무특성상 행정직이 청장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박 청장 외에 주요 간부들 역시 행정직인 점도 거들었다. 소방직들이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정책에 ‘탁상행정’이라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청장의 경우 소방관 출신으로 현장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 ‘소방직 출신 청장을 환영한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연유다.
박 청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화재와의 전쟁’ 등 소방정책도 손봐야한다. 지난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0%이상 줄어든 것은 통계를 조작한 결과라는 비난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과거 통계에 잡히던 교통사고와 방화, 산불, 번개 등에 의한 화재 사망자가 ‘화재와의 전쟁’ 선포 이후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만큼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
논란을 빚고 있는 소방방재청의 독립 문제도 고려해야할 문제다. 불을 끄는 단순한 업무에서 생활안전, 복지 등까지 영역이 넓어진 이유에서다. 소방방재청 고위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행정안전부의 부속기관이라는 한계를 극복해야한다”며 “주요 간부들이 행정직이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고 추진력도 뛰어난 소방직 출신의 청장이 오게 된 만큼 내부갈등을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