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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수학 천재들이 세계 금융시장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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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수학 천재들이 세계 금융시장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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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도박은 '운'이 아니라 '수학'이다. 2장 이상의 카드에 적힌 숫자 합이 21점에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 블랙잭. 이 블랙잭은 도박이 수학이라는 법칙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임이다. 블랙잭에선 한 묶음을 이루는 카드 52장에서 원래 10인 카드 4장과 킹, 퀸, 잭을 모두 10으로 계산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바로 10으로 세는 카드들이다.

카지노를 무너뜨린 MIT의 수학 천재들과 퀀트(quantㆍ고도의 수학 지식을 이용해 투자 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로 꼽히는 에드 소프는 10으로 계산하는 이 카드들이 블랙잭에서 돈을 따는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10 카드들이 많이 남아있을 수록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소프와 MIT의 수학 천재들은 머릿속으로 10 카드의 숫자를 세는 '카드 카운팅' 기법으로 카지노를 제압했다.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퀀트의 출발점은 바로 이 '블랙잭'이었다. 블랙잭에서 시작된 퀀트들의 수학적 투자 기법은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듯 했지만 이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최초의 퀀트인 소프는 라스베가스의 블랙잭 테이블에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파는 주식워런트는 1960년대 초 거래량이 매우 적고, 대부분의 거래가 장외에서 이뤄지는 어둠의 영역이었다. 어느 누구도 워런트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몰랐다. 소프는 블랙잭에 사용했던 기법을 워런트의 가치를 파악하는 데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금융시장에 등장한 첫 계량적 투자 전략이었다.

소프의 수학적 투자 전략은 어떤 전환사채의 가격이 잘못 매겨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주가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도박판뿐 아니라 금융시장에서도 '수학'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수익을 내려 고도의 수학 지식과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는 퀀트들은 2000년대 초 월가를 지배하기에 이르렀다. 퀀트들이 만든 헤지펀드 업계는 1990년에 모두 390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했을 만큼 그 규모가 컸다. 이 자산 규모는 2000년엔 4900억 달러, 2007년엔 2조 달러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한 때 인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금융시장은 정교한 수학 모델에 사로 잡혔고, 투자자들은 퀀트들이 만들어낸 이 모델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수학 박사들이 머리를 싸매고 만들어낸 투자의 삼각함수. 퀀트들의 삼각함수는 앞으로 어떤 주식이 투자자들에게 돈을 벌어다 줄 것인지를 알려주었다. 투자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복잡한 수학 모델을 바탕으로 투자 가능성을 계산해내는 컴퓨터들은 퀀트들의 성장세에 힘을 보탰다. 퀀트들과 투자자들은 그렇게 수학이 만들어낸 모델에 파묻혀 금융시장에 숨어 있는 위험 요소들을 가볍게 무시해버렸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투자자들의 믿음을 등에 업은 퀀트들은 점점 더 대담해져 갔다. 모기지와 같은 대출을 사들여 그것들을 한 데 뭉친 뒤 이를 다시 여러 개로 나눠 새 상품처럼 판 것이다. J.P 모건은 한 술 더 떠 이 상품들을 또 다시 합친 뒤 조각으로 나눠 판매를 하고 나섰다. 그야말로 '잡탕 증권'이 판치던 때였다. 서로 꼬이고 꼬여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해져 버린 금융시장은 2007년과 2008년 연달아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헤지펀드 하나당 하루 손실액만 3~5억 달러였던 이 금융위기 때 퀀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장은 그들이 맹신하던 수학적 모델과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퀀트들은 서로에게 미친듯이 전화를 걸어 위기의 출발점을 가려내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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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금융위기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결과적으로 시장 붕괴를 만들어낸 잡탕 증권은 금융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요소는 남아 있다. 파생상품 거래를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끄집어내려는 정부와 규제 당국자들의 노력 이면엔 또 다른 투자 기법을 고안해 내려는 퀀트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이 책 '퀀트'의 경고다. 월스트리트저널 전문기자인 스캇 패터슨이 글을 쓴 '퀀트'엔 최고의 퀀트로 불린 4인방의 이야기와 금융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자세히 담겨 있다.


퀀트/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다산북스/ 2만5000원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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