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모처럼 햇볕이 내리쬐던 지난 주말 송파구에 사는 김민정 씨(28ㆍ가명)는 '12시에 만나요~'라는 CM송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제품을 사러 동네 슈퍼마켓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그 제품이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른 상점에 가보았지만 마찬가지였습니다.
오기가 생긴 김 씨는 주변의 상점 5곳을 다 돌아다녔지만 결국 이 제품을 찾지 못하고 결국 '뭐니 뭐니 해도 맛있는 콘'이라는 제품을 사야 했습니다.
김 씨의 경우처럼 누구나 가게에서 자신이 찾는 아이스크림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제품을 사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왜 그 제품이 없냐며 항의하거나 앞으론 다른 가게를 가야지 하고 결심했던 분도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파는 가게인데 왜 찾는 아이스크림이 없는 것일까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가게 문 앞에 놓인 '쇼케이스'라고 불리는 아이스크림 보관 냉동고에 모 빙과업체의 이름이 적힌 걸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가게에서는 거의 그 회사의 제품만을 찾을 수 있습니다.
냉동고는 빙과업체에서 가게에 빌려주는 회사의 자산입니다. 이렇게 때문에 각 빙과업체의 영업사원들은 일일이 슈퍼마켓 등을 돌아다니며 개별적으로 납품 계약을 맺는데 이때 납품가 등을 조정하게 되고 진열해 놓는 품목도 선별하게 됩니다.
특히 개별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사 제품을 쇼케이스를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소비자 기호의 다양성도 존중해줘야 하기 때문에 자사 제품 80~90%, 타사 제품 10~20%의 비율 정도로 채워 넣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과거 업체들의 납품가 인하 경쟁으로 적정 가격선이 무너져 "아이스크림을 제값 주고 먹으면 바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반값 아이스크림'이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함에 따라 아이스크림 업계가 공멸을 피하기 위해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존재합니다. 일반 가게에 타사 제품을 구비하게끔 하더라도 자사 인기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은 빼는 계약을 맺는 것이지요. 이래서 앞서 언급한 김 씨의 경우와 같은 일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업체의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의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맛과 품질 등 정당한 경쟁을 통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줄이는 방식으로 매출 제고에 힘쓰는 모습은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맛마저 씁쓸하게 느끼게 합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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