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안타까움 표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우리금융지주 인수 실패 이후 숨고르기 중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사진) 옹호론이 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강 회장의 직선적이고 솔직한 성격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안티'를 양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5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강만수 회장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강 회장 같은 분이 크면 국내 금융산업이 힘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 회장의 강 회장에 대한 발언은 한국금융산업의 국제 경쟁력과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어 회장은 "금융과 같은 서비스섹터에서 비교우위에 있지 않으면 국민소득 4만불 시대는 오지 않는다"며 "UBS나 ING 등 경쟁력 있는 해외 은행 얘기를 많이 하고 국내 인재들이 ING나 JP모간 임원에 비해 경험이나 학벌은 높지만 은행가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고 글로벌 네트워크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임영록 KB금융 사장도 말을 보탰다. 임 사장은 "직설적이고 강직한 성품을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며 사무관 시절부터 당시 장관에게도 할 말을 하던 강 회장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임 사장은 강 회장이 재무부(현 기재부) 이재국장 시절 이재국 주무 사무관으로도 일했다.
강 회장과 윤증현 전 장관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강 회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한 회장은 "학교 다닐 때 (강 회장이) 굉장히 진실한 분이라 생각했고, 윤증현 전 장관이 하면 욕을 별로 안먹고 강 회장은 욕을 먹어서 안됐다"며 "너무 진실돼 주변 사람에게 솔직하게 얘기해서 그런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행정고시 8회로 IMF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현 기재부) 차관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던 강 회장은 '안티'가 많기로 유명하다.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는 그가 취한 고환율 정책은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돼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강 회장이 아끼는 후배인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사석에서 '강 회장이 이렇게 안티가 많은 줄은 몰랐다'고 할 정도다. 주변에선 그를 두고 특정 대학 출신만 선호하고 뚝심은 있지만 주위를 못 돌아본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아무튼 금융지주사 CEO들이 전직 장관이자 다른 금융지주사 회장에 대해 인물평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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