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브라질 화폐인 헤알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12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화폐전쟁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됐으며, 브라질 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헤알화는 지난 1일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고치인 1달러에 1.5523 헤알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9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최고치다. 헤알화 가치는 올들어 6.48% 상승했다.
◆헤알화 왜 오르나=헤알화가치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브라질정부는 미국의 양적 완화조치로 많은 유동성이 신흥국가 특히 라틴아메리카 신흥국가에 유입되면서 통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FT는 브라질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근 6%인 실질금리는 선진국 시장에서 투자기회에 굶주렸던 투자자들을 빨아들이는 강력한 유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은 “미국 금리는 거의 제로(0%)이고, 영국도 거의 제로이며 일본도 거의 제로인데 브라질은 12.25%다.이게 문제의 핵심”라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광산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는 달러 자금 유입을 초래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브라질에는 약 424억 달러가 유입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근 5배에 해당한다. 이중 단 70억 정도만이 채권투자에 이뤄졌다. 일본 가계(와타나베부인)도 는 매달 약 40억 달러 정도 브라질 자산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이 자금도 헤알화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액 증가는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무역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인 44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브라질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3%에 그치도록 한 일등공신이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골치거리= 헤알화 강세는 브라질 제조업 경쟁력 하락을 걱정하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브라질 정부는 그동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헤알화 가치 상승(평가절상)을 용인했으나 더 이상 용인했다가는 브라질 제조업이 가격경쟁력을 잃을 공산이 매우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어링은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의 실질환율은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보다 무려 12%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중앙은행은 헤알화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 매입을 계속 늘려왔다. 이 때문에 외환보유액은 3357억7500만 달러로 지난해 말( 2885억7500만 달러)에 비해 472억 달러나 늘어났다.
브라질 재무부는 세계은행(WB)과 미주개발은행(IDB) 등에 대한 외채 조기 상환을 위해 달러화 매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3월 해외 차입 달러화에 대해 6%의 금융거래세(IOF)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4월에는 IOF 과세 대상을 만기 1년 이하에서 2년 이하로 확대하는 등 달러화 유입 억제 조치를 내놓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통화정책과 외환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해 브라질 경제가 붕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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