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지(영국)=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차로 2시간30분을 달리고 나서야 닿을 수 있는 인구 9000명의 작은 시골마을 램지(Ramsey).
28일(현지시간) 방문한 이곳에서 테스코 그룹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 테스코 그룹은 2050년 전 사업장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스코 램지점에서는 이 목표가 이미 현실이었다.
멀리서 발견한 램지점은 외관부터가 달랐다. 페인트칠이 된 시멘트벽이 아닌 갈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다. 목재 사용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목재를 사용하면 철강에 비해 1㎡당 1t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됐다. 2280㎡(700평)규모의 단층 건물에 조명이 군데군데 꺼져있는 것. 마크 스틸리(Mark Steele·39) 점장은 “천장과 외벽에 자연 채광을 위한 창을 설치하고, 개별적으로 작동되는 조명 시스템을 통해 내부 조도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점포에 비해 다소 어둡지만 고객이 불편을 느낄정도는 아니라며 조명도 LED 조명을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무로 지은 건물, 꺼진 조명을 보고 살짝 놀란 마음을 숨긴채 매장 내부로 들어섰다. 이번에는 우유나 요거트 등을 판매하는 매대에서 '차이'가 느껴졌다. 제품들에 닿아야 할 손이 유리창에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대게는 소비자들이 쉽게 물건을 집을 수 있도록 설치돼있던 문도 없애는 것이 대형마트인데 오히려 고객을 불편하게 있는 셈이다. 우유뿐만 아니라 냉장·냉동고가 설치된 매대는 모두 유리문이 달려 있었다. 스틸리 점장은 이를 통해 5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곳에 비해 어두운 조명에 불편한 유리문까지 고객들의 발길이 끊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점장에게 돌아온 답은 전혀 달랐다.
인구 9000명의 마을인 램지점에 회원수는 2만명. 스틸리 점장은 “주민들이 이곳에 ‘카본제로 스토어’가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며 “주변 지역의 고객들도 환경을 생각한 램지점을 방문하기위해 인근 마트를 마다하고 이곳으로 온다”고 설명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선파이프, 빗물 저장탱크, LED 가로등, 태양열 가로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작은 노력들이 숨어있다. 잠망경 원리를 적용한 파이프로 점포 후방에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도 빛이 들어가도록 했고, 버려지는 빗물도 화장실과 세차장에 이용한다. 또 전기차 충전소도 만들어 전기차를 타고 방문하는 고객이 무료로 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 2009년 12월 개점한 이후 1년간 배출한 탄소량은 889t으로 일반점포 2053t에 비해 57%적다. 스틸리 점장은 “주유소하나를 운영할만한 에너지로 700평의 매장과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며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점포에 비해 에너지 사용이 25%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만으로 탄소배출을 ‘0’으로 줄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줄어든 탄소배출 수치를 '제로'로 만들기 위해 테스코는 소형열병합발전소를 설치했다. 생선기름이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생산한 전기는 매장에서 자체적으로 이용하고, 남는 전기는 영국의 전기업체 내셔널 그리드(National Grid)에 매각한다. 결과적으로 탄소배출 ‘0’을 넘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다.
덕분에 테스코 그룹이 목표로 하고 있는 '탄소제로'를 이미 달성하고, 그룹 전략의 결집체가 된 것이다.
루시 네빌 롤프(Lucy neville-rolfe) 테스코 그룹 대외업무 담당 부회장은 "2050년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 테스코 그룹의 목표"라며 "카본제로 점포가 기존 점포에 비해 비용이 더 들지만 절약하는 에너지를 통해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램지(영국)=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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