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 영국 뉴몰든점에서 테스코-코트라-홈플러스 함께 한국식품전 개최
[런던(영국)=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영국 런던 남서부 외곽 뉴몰든(New Malden)의 한 대형마트, 익숙한 한국 음식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11시간, 버스로 다시 한시간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만난 기분좋은 향기다.
29일(현지시간) 오후 12시 영국 테스코 뉴몰든 매장에서 ‘영국 테스코 한국식품전’이 열렸다. 100여가지 한국 식품이 매장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전시됐고, 비빔밥을 비롯해 불고기, 만두, 김, 라면 등 한국음식의 시식행사가 열렸다. 바로 이곳이 향기의 진원이다.
시식행사장에서 한국 만두를 처음본 영국인은 경험하지 못했던 만두의 겉모습에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맛을 본 이후에는 미소와 함께 "맛있다(It's delicious)"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특히 방송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됐던 '불고기'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뉴몰든에 거주하는 애드워드(Adward)씨는 "말로만 들어봤던 불고기를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좋다"며 포크를 다시 후라이팬으로 옮겼다.
시식행사가 열린 매장 입구를 지나 매장 내부로 들어서자 신라면, 김, 햇반 등 낯익은 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열린 식품전을 위해 테스코와 코트라, 홈플러스는 지난해 10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고, 모두 15개 식품업체에 100여종의 한국 식품이 전시·판매됐다.
스티브 이얼스(Steve ewels) 테스코그룹 상품팀 구매담당 팀장은 "다음달 말까지 한국 식품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4주동안 매출 변화를 관찰한 뒤에 매출이 좋은 상품은 지속적으로 매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얼스 팀장은 "빼빼로와 김, 인삼차 등이 인기가 좋다”며 “제품을 사가는 사람들의 절반이상은 영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28일에는 준비했던 롯데제과의 빼빼로가 2시간 만에 모두 판매돼 추가로 제품을 공급하기도 했다고 매장 관계자가 귀띔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영국인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은 한국 식품이었다. 다이아나 스터크(Diana Sterek·50·여)씨는 "한국 음식 가운데 알로에 음료가 제일 좋았다"며 "알로에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음료로 판매되는 것은 처음본다"며 신기하다는 표정과 함께 카트에 제품을 옮겨 담았다.
식품전을 주최한 코트라(KOTRA)의 정광영 런던 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은 "28일처럼 한국 식품이 팔려나간다면 월 매출 50만파운드(약 8억6000만원)도 넘어설 수 있다"며 "테스코의 영국내 2700개 매장에서 한국 음식을 팔게 된다면 매출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유통업체의 안마당에 진출한 것이 '음식한류'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테스코는 영국1위, 세계 3위의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세계 14개국에 538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676억파운드(약 119조2000억원)다.
영국 현지에서도 음식한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정 센터장은 "런던에 있는 세계 최고의 백화점인 해롯(Harrods)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수석요리사(Cheif Shef)가 한국 음식을 맛보고 나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테스코 매장을 통해 한국 음식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음식 한류'의 또 다른 촉매다. 라면, 과자, 김 등 한국 대표 식품 가운데 일부는 한-EU FTA 발효와 동시에 관세가 철폐된다. 6~18%에 이르는 관세가 없어지면서 유럽지역에서 한국 식품이 가격 경쟁력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식품전에 참석한 CJ관계자는 "일부 품목들은 최대 20~30%의 가격인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데이비(Edward Davey) 영국 기업혁신기술부(BIS) 수석차관은 “영국에서 한국은 2번째로 큰 교역국으로 디자이너와 은행들이 한국으로 진출해 있고 영국의 스카치와 위스키도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며 “한-EU FTA는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영국)=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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