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트렌드가 중요한 화장품 업계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비슷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다를 바 없는 제품들이 종류만 많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장품도 패스트 패션이 되면서 '스테디셀러' 시대는 가고 '트렌디셀러'가 시장을 판가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비슷한 제품들이 이름만 달리해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 상반기 토니모리는 '허니-비 스킨 미스트'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동성제약이 지난해 6월 농촌진흥청과 공동 개발해 출시한 '에이씨케어 워터 에센스'와 마찬가지로 봉독(꿀벌의 침)을 활용했다.
토니모리는 대신 용기 디자인과 가격, 성분만 변화를 줘 기존 제품(3만원)보다 저렴
한 1만9800원에 내놓았으며 케이스도 살구색으로 꾸며 벌꿀 느낌이 물씬 나도록 멋을 부렸다.
토니모리 매장 직원은 “홍보 비용이 덜 들어가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기능·효과 측면에서 에이씨케어와 전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 국내 최초 순수레티놀 성분 함유 화장품인 '아이오페 레티놀'을 출시했다. 출시 당시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국내에 레티놀을 계기로 기능성 화장품 관련법이 제정되었을 정도로 주름 개선 대표 아이콘이 된 제품.
최근 이니스프리는 주름 개선 화장품으로 '이니스프리 에코 사이언스 링클 스팟 에센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은 아이오페가 순수 레티놀을 사용한 것과 달리 마린 레티놀, 마린 미네랄 성분을 사용했으며 25㎖ 용량에 3만3000원으로 7만원(40㎖)인 아이오페 제품보다 저렴하다.
이렇듯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달팽이 크림. 현재 모든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에서 성분 함량과 구성만 달리해 수 십가지 제품으로 변형되어 판매되고 있다. 누가 원조랄 게 없는 상황. 최근에는 달팽이 비비 크림, 달팽이 수분 팩, 달팽이 여드름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기능을 넣어 종류를 확대했다.
워낙 제품의 종류가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직장인 박순애(29)씨는 “이 같은 미투 제품은 오리지널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짝퉁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아 정작 제 피부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모를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분 함량과 용량에 차이만 줄 뿐 콘셉트는 비슷하다”며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꼽히던 제품도 금세 한물 간 제품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뜬다 싶으면 비슷한 제품으로 맞대응해야 하는 심정은 이해한다”고 말을 흐렸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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