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세계 기축통화이자 대표 준비통화인 미국 달러가 25년 안에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신 금의 비중은 갈수록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BS은행이 총 8조달러 이상을 관리하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 외환관리 책임자들과 국부펀드·글로벌 기업 관계자 8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달러가 앞으로 25년 내에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등 통화바스켓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달러가 사실상 유일 준비통화로서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에 비해 달라진 반응이 나온 것이다.
이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부채한도 상향 논란 등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 관리능력에서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는 한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으로 국채 등 자산보유 규모가 크게 늘어 리스크 노출이 커지면서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해 시장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RB의 장부상 자산 규모는 2조8600억달러로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FRB가 2차 양적완화 이후에도 보유자산을이용해 월 250억 달러의 국채를 계속 매입할 것이며 이를 통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5.8% 떨어져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래리 해서웨이 UBS 책임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이 가고 있는 금융정책의 방향을 놓고 상당한 우려가 시장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고 3조400억달러 이상인 중국도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외환보유 다변화 정책을 펴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SC)는 올해 1~4월까지 중국이 사들인 미 국채 규모가 고작 460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 1960억달러의 24% 수준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약 2000억달러 증가했으며 새로 유입된 자금 중 75%가 달러화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 특히 유럽 국채매입에 상당 부분이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금의 위상은 이와 대조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UBS의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가 금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향후 10년간 외환보유 포트폴리오에 금의 비중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해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 변동환율제를 대신할 새로운 통화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졸릭 총재는 “새로운 시스템은 달러·유로·엔·파운드·위안화가 포함되어야 하며 금을 국제 기준으로 채택해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및 향후 통화 가치에 대한 시장의 판단기준으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금 위원회((World Gold Council)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모두 151톤의 금을 사들였으며 특히 러시아와 멕시코 중앙은행의 매입이 두드러졌다. 이 추세대로라면 1971년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 후 연간 매입으로는 가장 큰 규모가 된다고 FT는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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