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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화려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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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화려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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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김남진(36)이 돌아왔다. 홍은희와 함께 출연한 TV 아침 드라마 '흔들리지마'가 종영한 시점이 2008년 11월 말이니, 2년 8개월만의 화려한 복귀다. 놀랍게도 그의 이번 선택은 영화나 TV 드라마가 아닌 연극이다. 6월 9일부터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CJ E&M의 코미디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이 바로 그 작품. '왜색'이 슬슬 풍기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겠지만 '키사라키 미키짱'은 코사와 료타가 2007년에 쓴 동명의 일본 연극이다. ('짱'은 일본어로 '친애하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다) 아이돌 스타 '키라사기 미키'의 자살 1주기를 맞아 이에모토와 야스오, 딸기소녀, 키무라 타쿠야, 스네이크 등 다섯 명의 극성 남성 팬들이 옥탑 방에 모여 추도식을 갖는다. 물론 저 이름들은 모두 인터넷 공간에서만 사용되는 대화명. 이전까지는 단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 없던 이들은 하룻밤을 함께 지내며 미키의 죽음에 관련된 수수께끼에 접근해 간다.

김남진이 '키라사키 미키짱'에서 맡은 역할은 키사라기 미키의 추도식을 진행하는 이에모토다. '천년지애' '12월의 열대야' 등의 TV 드라마에서 주로 동적인 움직임이나 대사보다는 정적인 이미지 위주의 연기를 보여온 그다. 과거 연극은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김남진은 극 중 속사포 같은 대사를 쏟아내며 다른 네 명의 날고 기는 연극 배우들의 연기와 동선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 이에모토는 자칫 '오버'스러운 내러티브가 산으로 가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극의 밸런스까지 잡아야 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상황이 이쯤 되니 김남진에게 '키사라기 미키짱'은 연기 변신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작품이다. 완전한 미지의 것에 첫발을 디딘 김남진의 연기 인생 '제 2장'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당하겠다.


김남진,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화려한 복귀

전형적인 얼굴과 몸의 '양복 미남'이 주류이던 1990년대 중반, 제주도 출신으로 피아노를 전공하던 대학생 김남진은 혜성처럼 등장해 국내 모델 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데뷔 초만 해도 "넌 왜 그렇게 생겼냐?" 라며 김남진의 외모에 딴지를 걸던 주류 선배 모델들은 점차 비주류로 밀려났다. '클래식'보다는 '스트레이트'에 가까운 강한 얼굴, 보헤미안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패션 감각 등 김남진은 십 수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도 계속되는 런웨이의 트렌드를 새롭게 정립한 선구자 같은 인물이었다.


연기에는 전혀 뜻이 없었지만 엄청난 인기를 등에 업고 김남진은 뮤직비디오와 TV 드라마, 영화 등 자연스럽게 연기자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천성적으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교와 집만을 오가는 '은거형' 학생이었지만, 김남진은 카메라 렌즈 앞에서는 유독 묘한 오라를 뿜어냈다. 연기 카메라도 모델 카메라와 다를 것 없다고 확신했던 그는 그럭저럭 성공적인 연기자 데뷔를 해냈다고 자평했다.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연기력 논란'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지만, 김남진은 이 말들이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출연한 TV 드라마들은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뿐 아닌 바다 넘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오만했었다. 김남진은 '나르시시즘'을 넘어 '자뻑'에 가까운 20대의 시간들을 통과했다고 털어놓는다.


김남진,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화려한 복귀


변화는 2008년에 시작됐다. 소속사 이동과 여러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김남진은 자의반타의반으로 3년 가까운 시간 동안을 '백수'로 보내게 됐다. 일이 끊길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김남진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까마득한 후배들이 TV에서 각광받는 것을 보면 질투심도 나고 자괴심도 들었다. 조바심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여행도 다니고 그 동안 멀리 했던 지인들도 만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해나갔다. 그러던 중 김남진은 '연기를 너무나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1990년대 중반 자신의 노력과 준비 전혀 없이 벼락 스타가 되었던 김남진은 이제 자신의 노력과 변화를 통해 연기자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낀 것. 익숙한 TV 드라마 대신 낯선 연극 무대로 돌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TV 드라마에서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촬영하는 것을 티 나게 싫어했던 김남진은 '키사라기 미키짱'에서는 이해제 연출가('웃음의 대학' '연애희곡')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청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누군가 자신을 완벽하게 조종해줬으면 하는 바람 그리고 이 작업이 완벽하게 끝난 후 자신의 판단과 생각을 입히면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남들에게 지적 받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사나 동선 실수를 저질러도 김남진은 '만만디'다. '지나간 과거의 실수를 또 반복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김남진은 자신에게 닥칠 다음 대사와 장면을 준비한다.


"서른 여섯 살이 되는 시점까지 저는 기나긴 두 번째 사춘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철없고 바보 같은 시간들이었죠. 아무런 준비 없이 서른 살에 접어들면서 온갖 실수란 실수는 다 하고 살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4년 후에 들이닥칠 마흔 살도 이젠 넉넉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 어디서든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게는 최고의 행운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비로소 어른이 된 김남진은 이렇게 연기자가 되어간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재문 기자 m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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