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첫공판..변호인 '역공' 시작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 조사에서 '네네'대답만 했던데 추측만으로 대답한 것 맞지요?", "네". 23일 오전 열린 부산저축은행 박연호(61) 회장 등의 첫 번째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선 박모 부산저축은행 영업팀장과 박 회장 등의 변호인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박씨를 포함해 이날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경영진이 무리하게 부실대출을 진행했다'는 취지로 검찰 조사 때 진술한 인물들이다.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됨과 동시에 검찰 수사 및 관계자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려는 변호인 측의 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염기창 부장판사)심리로 이 법원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진행된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및 고위임원에 대한 첫 공판은 대주주의 불법 신용공여 혐의와 관련해 박 팀장과 박형선(59) 해동건설 회장 등에 대한 증인 심문이 이뤄졌다.

변호인단은 법정에서 검찰 수사의 허점을 파고들며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떨어뜨리는데 매달렸다. 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법대출 책임을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에게 집중시켜 실무진과 계열은행의 책임을 덜어내는데 치중했다. 이어 부산저축은행에 집중된 책임에 대해서도 지난 2008년 기소된 유사 사건이 무죄판결을 받고 대법원에 계류중임을 상기시키며 검찰을 적극적으로 압박했다.

특히 박 팀장은 "경영진이 직접 추진한 PF대출건은 의견제출이나 거부를 할 수 없었다"며 "실질적인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을 뿐 '힘없는 임원'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어 문평기(63) 전 부산2저축은행 감사측 변호인은 모든 SPC의 법인통장과 인감을 부산저축은행 영업팀이 따로 보관하고 입ㆍ출금까지 처리하는 등 불법대출 관련 혐의가 사실상 그룹 본사에 집중되어 있다는 진술을 해 계열은행의 책임을 덜어내려고 시도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계열 은행 직원이 관련 대출을 거부하면 안 전무가 직접 설명해 대출을 받았다"며 실무진의 책임에 대해 반박했다. 검찰은 또 "사실상 PF관련 대출 여부부터 지분과 수익률 결정까지 모든 의사결정과정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임원회의에 부산저축은행 임원이 아닌 부산2저축은행 소속 임원도 출석한 것은 사실상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이라며 계열은행의 책임 또한 부각시켰다.

이날 심리를 맡은 염기창 부장판사는 "분식회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횡령 등 워낙 쟁점이 많고, 관련자도 많기 때문에 구속기일 이전에 심리가 완결될지 우려된다"면서도 "시작부터 힘들고 오래갈 소송인 것이 명확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쟁점을 차근차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의 공세에 대해 염 부장판사는 "변호인의 업무상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심리는 하되 피해자들에 대한 유ㆍ불리를 따질만한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준영 기자 foxf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