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연장' 정부 VS '손해막심' 기업 정면충돌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내달 기름값 할인 종료를 앞두고 정유업계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기름값 인상에 앞서 '연착륙' 방안을 모색하라는 정부와 더이상 손해를 감수할 수 없다는 기업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면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내달 6일 기름값 할인 판매가 종료되면서 주유소 사재기 현상 심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자 각 정유사는 할인 정책 종료에 따른 소비자 반발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지식경제부가 지난주 일선 주유소에서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긴급히 정유업계 관계자를 불러 수급현황 점검에 나서면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조영신 과장은 "일선 주유소의 사재기 현상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자 지난주 정유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수급현황 점검에 나선 것"이라며 "이달들어 평소 대비 20~30% 달하는 물량이 더 나가면서 정유사 수급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 자리가 표면적으로 기름값 할인 연장에 대한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기름값 할인판매 종료에 따른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업계가 내놓을 것임을 정부가 강력히 주문했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A 정유업체 관계자는 "정유사가 정부의 물가안정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한 마당에 더이상 기름값 할인판매를 연장할 수는 없다"고 일축한 뒤 "다만 기름값 할인 종료에 대한 소비자 반발을 줄이기 위해 대리점과 일선 주유소에 공문을 띄우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언급했다.
B 정유업체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달 기름값 할인정책이 종료되면 기름값은 인상될 것이고 주유소 입장에서는 인상 전에 탱크를 채워 이윤을 챙기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각 주유소에 사재기를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떨어지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유소 사재기 현상은 오케이캐시백이나 주유할인카드를 통한 사후할인을 적용하는 SK보다 정유사 공급가 할인방식을 적용한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폴을 단 주유소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는 "지난 4월 7일 기름값 할인에 돌입했을 때도 갑작스런 시행으로 일부 주유소가 동참하지 않는 등 혼란이 있지 않았느냐"며 "다음달 할인판매가 종료되면 또 다시 혼란이 있을 것이고 이를 줄이기 위한 해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달 6일 기점으로 가격표시판의 가격을 급격히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유소들은 미리 주유탱크를 채워놓는 데다 소비자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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