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최고급 식자재 구매 TFT' 김경룡 팀장과의 일문일답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오전 9시. 이제 막 출근한 팀원들이 하나 둘 회의실에 모였다. 현재 신라호텔 '최고급 식자재 구매TFT(Task Force Team)'을 이끌고 있는 김경룡 팀장은 전날 조사한 자료들에 대해 오전 브리핑을 시작한다. "이번에 조사한 지역 가운데…"라고 말이 시작되기 무섭게 앉아있던 장호연 주임은 새로 들어온 제품에 시선을 뺏긴다.
'이건 어디 거지?' 라는 듯 상표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한쪽 귀로는 팀장의 브리핑을 듣는 모습이다. 밤 사이에 쏟아진 자료더미와 함께 시작되는 ‘최고급 식자재 구매TFT(Task Force Team)의 하루는 여느 날처럼 분주하다.
이렇게 오전 회의를 마치면 호텔에 입고되는 상품을 검품한다. 검수팀이 따로 있지만 구매팀원들도 항상 같이 참여해 제품의 품질을 꼼꼼히 따진다. 검품을 마치면 그날 해야 할 요청사항의 처리, 제품 개발, 조사 활동에 필요한 사전조사 작업을 하고 외근도 간다. 현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1명의 정예요원으로 구성된 '최고급 식자재 구매TFT'는 올해 1월 '희귀한 고급 식재료를 찾아내라'는 미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TFT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이 조직된 것은 아니다. 기존 구매팀의 업무 영역(재료수집, 공수, 레시피 관리)을 한 단계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 해보자는 취지에서 팀명을 달게 됐다.
이들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구이덕, 일명 코끼리조개로 요리를 선보여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국에서 어렵게 공수해온 코끼리 조개는 TFT의 첫 번째 작품이다.
이하는 김경룡 팀장과의 일문일답
-고급 식재료는 어떻게 찾나?
▲국, 내외의 수산물 서적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 해외 웹사이트 등 인터넷 자료를 조사한다. 또 협력 업체의 제보나 현장 취재, 박람회 출장 등 그야말로 사방팔방에서 찾는다고 보면 된다. 새벽이면 전국 산지 및 해외 협력 업체들로부터 실시간 정보가 들어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현장 방문이다. 보통 국내외 산지출장을 월 2~3회 정도 가는 편이고 이달에는 소량으로 사용하는 루왁커피 산지 점검을 위해 인도네시아 방문을 계획 중이다. 일본 지진 이전에는 월 1~2회는 필수적으로 현지를 방문해 신제품 조사를 했다.
-코끼리조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했는데 계기가 있다면…
▲원래는 수산물 부분의 식재료는 일본에서 구입하는 양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일본의 수산물 시장은 세계 수산물의 30% 정도 규모로 커서 좋은 재료를 많이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일본 원전 사고의 여파로 어패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따라서 맛은 물론 안전성도 보장된 북미 지역을 취재하게 됐다.
-구이덕에 대해 모르는 독자들도 많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코끼리조개는 별명이다. 원래 이름은 영어로 구이덕(Geoduck)으로 북미 청정 지역에서만 잡힌다. 길이는 30~40cm이고 무게도 1.5~2.0kg에 달한다. 수관이 커 껍질이 안으로 다 들어가지 않는데 그 모습이 코끼리 코와 비슷해서 코끼리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국에서도 1970년대에 들어서야 상업적으로 채취하기 시작했고, 잠수부가 물을 고압으로 뿌려대며 하나씩 찾기 때문에 자연산 A급의 경우 마리당 15~20만원에 이른다.
-코끼리조개로 만든 요리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구이덕은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가 수입해 온 자연산 A급은 그 자체로 풍미가 달콤하다. 일반 조개보다 훨씬 쫀득하고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레서피만 살짝 곁들여도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있었다. 현재 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서 선보이고 있는 '대파생강소스를 곁들인 구이덕'과 '블랙빈 소스 구이덕'이 좋은 예이다.
또 최근 일식당 '아리아께'에선 구이덕 샤브샤브 메뉴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 샤브샤브야 말로 다시마 육수에 살짝 담가 익혀 먹기 때문에 재료의 본 맛이 100% 살아있다. '아리아께'에선 샤브샤브 외에도 단단한 차돌 불판에 살짝 구워 가쓰오 내장소를 찍어 먹는 '구이덕 차돌구이'도 출시했다.
-A급 자연산 코끼리조개는 구하기 어려운가?
▲처음에 샘플로 찾아낸 구이덕은 양식이라 맛이 별로였다. 북미 지역의 자연산 구이덕을 찾아내 채취한 다음날 항공편을 통해 한국에서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A급이 아닌 B급이었다. 보통 식재료가 오면 기획팀과 구매팀 조리팀이 모두 모여 테이스팅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B급이다 보니 기대하던 맛이 나오질 않았다.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전량 폐기했다.
또한 자연산 구이덕은 잠수부가 수작업으로 채취하기 때문에 양식과 달리 현지 날씨가 안 좋으면 조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매일매일 현지 날씨와 작업 여건도 체크해야 하니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다. 또 기후 변화에 따라 수산물은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후 자료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 재료를 신선한 상태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수 과정이 가장 신경 쓰인다.
-또다른 에피소드를 있었다면.
▲한번은 단 하루 열리는 갈라 디너를 위해 호주 타스매니아섬에서 돌닭새우 50마리를 수입하려 했다. 하지만 새우를 산 채로 들여오기가 쉽지 않았는데 결국 타스매니아섬에서 비행기를 탄 새우가 호주 본토로, 또 본토에서 홍콩을 경유해 서울로 오는 식으로 3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하지만 싱싱하게 살아있던 새우 50마리 중 5마리는 긴 여정을 이기지 못하고 죽은 채 도착해 결국 폐기했다. 재료의 신선도를 따지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 일이 자주 생길 수 있다.
-최근에 눈여겨보고 있는 희귀 식재료는 어떤 것이 있나?
▲최근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호주 타스케니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장어, 랍스터, 트러플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자세한 것은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TFT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신선한 그대로의 상태로 식자래를 공수해 오는 어려움이 가장 크지만 보람도 크다. 국내외에 소개되지 않는 희귀한 식재료를 앞서 발굴하는 묘미가 있고, 일 자체가 현장 위주다 보니 생동감이 있다. 또 좋은 식재료를 널리 알리고 공유한다는 점에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식문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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