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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소형차 타면서 '반값등록금' 결정한 홍익대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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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이 소형차 타면서 '반값등록금' 결정한 홍익대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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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행불언지교(行不言之敎, 말이 아닌 행동이 주는 가르침)'

16일 기자와 단독 인터뷰에 응한 홍익대 장영태 총장의 3평 남짓한 총장실에 걸려있는 문구다. 장 총장은 인터뷰에 응하기 앞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이 구절부터 언급했다. 그리고 첫 일성으로 '반값등록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우선 저소득층부터 배려하겠다는 말이 이어졌다.


"50억원으로 시작해서 올해말까지 100억원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내년 새학기부터 자체 학교 예산만으로 '반값등록금'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뭇매를 맞고 있는 대학들을 옹호하는 발언도 나왔다. "사립대학들도 기업처럼 성공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지만 살림을 아껴 저축을 해왔다고 했다. 적립금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건강한 가정과 기업처럼 저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익대는 6000억원 가량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는 데 거기서 발생하는 이자가 한해 300~400억원가량 된다고 했다. 이 돈을 장학금으로 활용하면 전체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20%가량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추가적인 장학금 지원으로 등록금을 20%가량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홍익대는 장 총장의 말처럼 대학이 재정을 아껴서 학생들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는지를 이날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동안 홍익대는 회계를 투명히 하고 근검절약으로 건강한 재정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는 것이 대학가의 평가다. 교과부 대학지원실의 관계자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고 홍익대를 추켜세웠다. 홍익대의 짠돌이 경영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되어 온 것일까 궁금했다.


겨울이면 따뜻한 물도 안 나오는 화장실을 직원들과 함께 사용하는 장영태 총장은 남들이 다 타는 대형 세단을 마다하고 작은 소형차를 탄다.


홍익대의 관용차량은 총장이 타는 1대 뿐이다. 그나마도 GM대우의 소형차 라세티다. 역대 총장들은 포니2, 티코, 액센트를 타왔다. 총장이 해외출장에 이코노미 클래스를 타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추진비도 월 40만원 선에 그친다. 총장의 국내 출장 하루 수당은 2만원에 불과하다.


사무처 관계자는 "이렇게 불필요한 의전과 거품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아낄 수 있는 돈이 상당하며"며 "지난해 일본 출장에서는 이사장, 총장, 기획처장이 하루 7000엔 짜리 비즈니스 호텔에 묵으면서 약 1000만원을 아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인 이사장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총장과 같은 라세티를 타는 법인 이사장은 운전기사 없이 스스로 운전한다. 이런 학교 분위기는 교수진과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홍익대는 총장 이외의 처장급 교수들도 법인카드가 없다. 법인 이사회마저도 학교 내의 식당에서 열린다. 교직원의 해외연수와 협의회 참석 역시 필요성을 따져서 엄격하게 통제된다.


직원 조직도 군살을 뺐다. 주요 사립대에는 4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지만 재학생 수 2만1000여명의 홍익대 직원수는 193명에 불과하다. 홍익대는 별도의 총장 비서실 조직도 운영하지 않는다.


기획처 관계자는 "소규모 조직은 통합해서 운영하고 실제로는 일을 별로 하지 않는 고위급 직원의 비율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학교로 들어오는 모든 돈은 그날로 은행에 입금해서 다음 날이면 학교가 따로 관리하는 계좌로 이체한다. 은행과 투신사 등을 옮겨다니면서 조금이라도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 돈을 맡기는 것이다.


건물 신축, 물품 구매, 인력 용역 등에 공개경쟁 입찰을 활용해 돈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1970년대부터 학교의 예ㆍ결산 내역을 공개하며 투명한 경영에 힘 써왔다.


서경하 홍익대 기획연구과장은 "한 두 해에 걸쳐서 이뤄진 일이 아니므로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힘들지만 적게는 10%, 많게는 15% 가량의 예산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장학금 이외의 학생 지원도 계획 중이다. 내년에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가 착공되고 대학로 캠퍼스 완공과 강의동 신축이 예정돼 있다. 특히 기숙사는 학교 자체의 적립금을 활용하므로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홍익대의 이 같은 노력은 대학가에서는 이미 소문이 났다. 홍익대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그동안 숭실대와 명지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 관계자들이 학교를 찾기도 했다.


총장이 소형차 타면서 '반값등록금' 결정한 홍익대의 사연 홍익대학교에서 총장 관용차로 활용하고 있는 라세티 승용차




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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