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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동결하고 경비 절감 "대학 등록금.. 이렇게 해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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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동결하고 경비 절감 "대학 등록금.. 이렇게 해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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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이상미 기자]올해 초 전국에서 유일하게 등록금을 2.3% 내리면서 주목받은 전북 전주의 비전대학. 14일 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홍순직 총장은 "쌀 한가마니 값이 얼마인줄 아세요?"라는 말부터 건넸다. 그는 "쌀 한가마니가 8만5000원선인데 우리 대학의 등록금은 과별로 350~390만원 선이므로 쌀 40가마니를 팔아야 대학의 1학기 등록금이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부모의 어려움에 공감해야 한다는 것이 홍 총장의 생각이다.

등록금 인하를 결정할 때는 '학교재정상황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많았다. 이에 홍 총장은 3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1995년부터 삼성그룹에서 경제연구소 전무, SDI 부사장을 역임한 홍 총장이 첫째로 꼽은 해법은 역시 '원가 절감'이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세미나, 학술포럼과 같은 행사는 호텔 대신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홍 총장은 "강의가 끝나도 교실마다 불이 훤하게 켜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 투자'의 방향도 바꿨다. 홍 총장은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건물을 계속 지어서 되겠느냐"며 "대신 기자재 구입, 현장실습 지원 등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해법은 '인건비 동결'이다. 홍 총장은 "대학에서 지출하는 항목 중에서 인건비 비중은 거의 60~70%에 육박한다"며 "교직원들의 월급 동결 합의를 통해 상당한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해법은 '프로젝트 수주를 통한 지원금 유치'다. 올해 비전대학은 지난해에 비해 67% 증가한 5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받았다. 기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모으는 데도 힘쓰고 있다. 홍 총장은 "이런 방법들을 통해 등록금 인하로 발생한 4억원 규모의 결손액을 충분히 메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 대학 교정에서 만난 노정아 학생(22ㆍ치위생과)은 "등록금이 10만원 가량 내렸는데 개인에게는 크지 않은 돈처럼 느껴지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등록금은 내려갔지만 장학금도 많이 주는 편이고 역량강화사업 등을 통해 자격증, 취업지원, 특강 개최 등으로 학생들에 대한 혜택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전대학에 이어 경주의 서라벌대학도 15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부터 3년 동안 매년 등록금을 1% 내리기로 결정했다. 김재홍 서라벌대 총장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씩 등록금을 내릴 계획"이라며 "우리 대학은 2009년 이후 인건비 절감을 비롯한 경영 내실화에 힘써 왔다"고 설명했다.


교직원의 동의를 거쳐 인건비 총액을 전체 예산의 50%로 고정하기로 했고 명예퇴직 등을 통해 직원 숫자도 30% 가량 줄였다. 37개에 이르던 학과는 25개로 줄였고 입학정원 역시 1700명선에서 올해 700명까지 줄어든다. 이 대학의 예산은 인건비 50%, 운영경비 35%, 장학금 15% 가량으로 운영된다.


김 총장은 "인근 대학과 중복해서 운행하던 스쿨버스를 공동운영하는 방법까지 찾아내는 등 예산을 줄일 방법은 많았다"면서 "앞으로도 학교기업을 통해 꾸준히 수입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9년 펴낸 '대학재정 실태와 성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일본의 사립대학들 역시 2000년 이후 정부의 교부금이 감소하면서 등록금 인상 압박을 받고 있지만 자체수입과 투자수익 증대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사립대학들은 국가의 재정지원이 감소하는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개혁(위기관리 일원화, 사무조직 개편, 감사제도 충실화) ▲수입확보(동창회 활성화, 수익사업 전개) ▲지출억제(임원정년제도, 선택정년제도 실시) 등의 경영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보고서는 일본의 국립대학은 최근 학생 납부금을 동결하다시피하면서 부속병원 수입, 연구관련 수입을 늘려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대학들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각계의 등록금 인하 노력에 앞서 대학들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며 "낭비 요소를 줄이고 보다 체계적인 예산 계획과 사업 계획을 통해 대학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김도형ㆍ이상미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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