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감세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소득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33%로,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0%로 각각 낮추기로 한 것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다. 감세는 규제개혁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MB노믹스의 핵심이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어 7% 성장을 이룬다는 것인데, 다른 데도 아닌 여당의 제동으로 그 골간이 와해될 운명에 처했다.
아니나 다를까 청와대가 발끈했다. "당은 당대로 입장이 있고 정부도 입장이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법인ㆍ소득세 감세와 세입기반 확충을 권고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권위 있는 기관의 의견을 정론이라고 생각한다"며 감세기조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핵심 정책을 놓고 당정이 '마이웨이'를 선언한 셈이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은 혼란스럽다. 법인세 인하를 기다리던 기업들로서는 불만을 터뜨릴 만하다.
MB노믹스의 감세론은 세금을 줄여줌으로써 기업투자와 고용,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극화가 심화되고 물가마저 치솟아 민생이 어려워지자 감세는 '부자 감세'라는 공격을 받게 됐다. 급기야 4ㆍ2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여당에서 감세 철회와 반값 등록금 등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의 의사결정 과정도 문제다. 국민의 조세부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인데 의원총회가 열린 두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의원은 60명 남짓이었다. 당론 결정에 필요한 소속 의원 169명 중 과반 정족수 85명에 못 미쳤고, 찬반 토론에 나선 의원은 10여명에 그쳤다고 한다. 그러고선 의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결론을 냈다.
당과 정부의 입장이 다를 수 있으나 이것이 날것 그대로 표출돼서는 곤란하다. 당정 간 이견을 드러내는 설익은 중구난방식 정책은 지금 감세철회 논란만이 아니다. 반값 등록금,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초과이익공유제, 분양가상한제 폐지, 전ㆍ월세 상한제 도입 등 수두룩하다. 청와대가 그토록 소통을 강조하지만 당장 여당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 당정은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감세를 비롯한 논쟁적 정책의 완성된 결론을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