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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한은 정책협의회 명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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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공조를 빌미로 정부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간섭하겠다는 것은 아닌가.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거시경제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계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우려의 소리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은 총재는 어제 조찬모임 후 양측이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매월 정기적으로 거시정책 전반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또 물가안정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고용회복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물가 문제의 심각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박 장관은 취임하면서 경제정책의 방점을 물가에 두겠다고 말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인플레이션 차단 의지를 확인시켰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와 통화신용 정책을 맡고 있는 한은 모두 물가관리가 최우선 경제현안임에 공감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제정책 우선순위에 인식을 같이한다는 것과 협의체를 구성해 정례적으로 정책을 협의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는 단기적 성과와 성장에 집착하기 마련이다. 선거로 탄생한 정권이 임기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은행은 다르다. 물가안정, 즉 통화가치를 지키는 것이 법에 명시된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고 총재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행정부에 예속된 중앙은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이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가뜩이나 김 총재 취임 후 한은 독립성이 약화됐다는 소리가 나오는 터다. 그는 취임하면서 '한은도 정부'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고, 재정부 1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놓고서도 정부의 지나친 간섭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금리인상 과정에서도 정부를 지나치게 의식하느라 실기했다는 비판이 따랐다.


정부와 한은은 '밀월'이 아닌 '불가근 불가원'의 적절한 거리와 견제가 필요한 관계다. 협의회에서 누가 힘 있는 주장을 할 것인지는 뻔한 일이다. 한은 독립성을 의심받게 될 정례 협의체 구성보다 공석인 금통위원 한 자리를 제대로 임명하는 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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