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불안하던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메가뱅크 꿈이 결국 무산됐다. 어제 국회에서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매각입찰에서 산은지주를 배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강 회장의 드라이브를 뒷받침하는 듯하던 종전 태도에서 180도 돌아선 것이다. 부정적인 국민 여론과 여야 정치권의 반대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산은지주에 우리은행을 합쳐 자산 규모 500조원대의 초대형 은행을 만들겠다는 '강만수의 꿈'은 애초부터 무리했다. 덩치만 키운다고 은행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닌 데다 두 개의 국영은행을 합쳐 '메가 국영은행'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라는 우리은행 매각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강 회장의 메가뱅크론이 힘을 받다 보니 그 배경을 놓고 뒷공론이 무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강 회장에게 금융당국이 선물을 주려고 한다거나 재무관료 선후배 사이인 강 회장과 김 위원장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며 관치금융의 성곽을 쌓으려 한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이런 의혹을 가라앉힌다는 측면에서도 더 늦기 전에 방향을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강만수의 꿈'은 깨졌으나 그 잔영이 아직 어른거린다. 우리금융 매각입찰에 산은지주가 참여할 것을 염두에 두고 추진해온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김석동 위원장이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경우 의무 지분보유율을 95%에서 30~50%로 낮춰준다는 예외조항을 시행령에 집어넣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이는 메가뱅크 꿈이 강 회장만이 아니라 김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관료집단 공동의 꿈이라는 방증이다.
메가뱅크의 꿈이 깨졌다면 그 잔영도 제거돼야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지금 관 주도로 메가뱅크를 만드는 것이 그토록 시급한 일인가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규모가 훨씬 작은 저축은행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감독당국에 메가뱅크에 대한 감독까지 맡겨야 한다면, 그것도 리스크를 고려하면 아찔한 상황일 것이다. 금융기관도 덩치 못지않게 실력이 중요함을 되새기면서 보다 현명한 국영은행 민영화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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