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민 10명 중 7명 "집값 안올라 소비 줄여요"

대한상의 조사,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월세가 상승으로 ‘소비심리 얼고’(41%), ‘지출 줄여’(32%)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월세가 상승이 가계의 씀씀이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소유자는 집값이 안 오르고 팔리지가 않아, 무주택자는 전세와 월세가격이 뛰어서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시장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41.3%는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와 전·월세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도 32.3%에 달했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비율(42.8%)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31.2%)는 응답보다 많아 전·월세가 상승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대별로는 '지출감소'란 응답이 20대는 10.2%에 불과한 반면 40대와 30대에서 각각 44.7%, 43.3%로 높게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부동산경기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경제력이 취약한 무주택서민과 경제활동의 주력계층인 30~40대의 어려움이 가중돼 내수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 주민들이 집 문제로 겪는 가장 큰 고민 역시 '전·월세가 상승으로 인한 보증금 인상과 원치 않는 이사'(55.6%)로 나타났으며, 이어 '거래 부진으로 인한 주택매도 차질'(20%), '대출상환 부담증가나 대출곤란'(16.3%) 등의 순이었다.

전세가격 상승 이유로는 응답자 절반 이상이 '전세공급 부족'(50.8%)을 꼽았고, 다음으로 '전세 선호경향'(26.2%), '집주인 욕심'(15.6%)을 지적했다.

또 '집값이 상승할 경우 주택구입을 하겠는가'라는 물음에 37.5%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구매에 나서게 만들 집값 상승 폭으로는 '물가상승률인 3% 내외'가 58.5%로 가장 많았고, '물가상승률과 예금이자율을 합한 7% 정도'(18.7%),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10% 내외'(13.1%)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는 ‘주택수급 안정화’(46.8%)를 가장 많이 꼽았고,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세금 등 부동산관련부담의 완화’(44.6%), ‘주택금융 활성화’(19.7%) 등이 많이 꼽혔다.

한편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반응(54.9%)이 ‘시기상조’ 라는 부정적 응답(45.1%) 보다 많이 나왔다.

이현석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다주택자 규제완화,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구매하는 경우 혜택제공 등의 추가 정책과 더불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통해 건설사로 하여금 공급에 적극 나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