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부풀어 올랐던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은 중국 주요 대도시 주택가격이 이제 더 이상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꺼지고 있는 거품의 증거로 제시했다.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중국 9개 주요 도시에서 지난 4월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4.9%나 하락했다. 9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009년 10%, 2010년 21.5%나 급등했지만 올 해들어 급등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주택 매매 거래량은 연초 대비 현재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대신 중소형 주택의 임대 수요가 늘고 있다.
스탠더드차터드(SC)은행은 다롄, 톈진 등 중국의 2급 도시에 주택 재고가 20개월분이나 남아 있어 가격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SC은행은 많은 도시에서 향후 주택 가격이 10~2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은 다만 중국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빠지면서 경제성장 또한 예상 보다 빠른 둔화세를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년간 중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 해온 만큼 거품이 한 번에 꺼질 경우 이에 따르는 파장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얼마나 견고하냐에 따라 건설, 철강, 시멘트 등 다른 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됐고,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수록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을 얻고 지방 정부는 재정 상태가 좋아졌다.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들도 8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시장 거품은 중국이 직면한 거대 경제 리스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도 한슨 WB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고 부동산 거품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중국 경제, 특히 철강, 시멘트 산업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했다.
조나단 앤더슨 UBS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 침체는 중국 산업과 투자, 소비자 지출에 고루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는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3%가 부동산 시장으로부터 나왔다고 추산하고 있다.
WSJ은 또 시장의 예상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질 경우 중국 뿐 아니라 중국 경제에 의존해 성장하는 국가, 원자재 시장, 글로벌 기업들까지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최근 중국 정부가 2주택 이상 소유자에 한해 최초 불입 계약금 비율을 집 값의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하고, 상하이와 충칭 등 일부 도시에서 부동산세를 징수하는 등 과열 억제에 나서기 전 까지만 해도 제동장치가 고장 난 기차 같았다.
중국 부동산 전문사이트 소우펀에 따르면 2006년 중국 주요 도시 평균 신규 아파트 가격은 10만달러(약 1억원) 정도로 일반 시민이 32년간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모아야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아파트 가격은 2006년 수준의 두 배 이상인 25만달러(약 2억7000만원) 정도로 일반 시민은 57년 동안 저축을 해야 집을 겨우 살 수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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