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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크 오심, 심판 의지 결여로 생긴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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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프로야구가 오심으로 얼룩졌다.


억울한 피해의 희생자는 한화다. 8일 잠실 LG전 5-6으로 뒤진 9회 2사 3루에서 얻은 득점을 인정받지 못했다. 3루 주자 정원석은 상대 마무리 임찬규가 호흡을 가다듬는 사이 홈으로 쇄도했다. 그의 발은 포수 조인성의 태그보다 늦었다. 심판은 이내 아웃을 선언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경기는 더 진행되어야 했다. 임찬규가 홈으로 송구하는 과정에서 보크를 범한 까닭이다. 그는 와인드업 자세에서 축발인 오른발을 발판 뒤로 뺐다. 정원석의 빠른 쇄도에 당황한 나머지 한 차례 점프를 하며 이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4명의 심판은 모두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항의에도 판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보크 판정은 번복될 사항이 아니다’라는 규정이었다.

경기 뒤 김병주 심판 조장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심판진이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엄연한 보크다. 우리의 잘못이다”라고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번복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심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지적을 했다면 바뀔 수 있겠지만 4명 모두 보지 못한 까닭”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판정 번복은 심판의 역량에 달렸다고 봐야 정확하다. 야구규칙에 위반됐을 경우 번복이 가능한 까닭이다. 보크를 어떤 형태로 보느냐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는 셈. 한국프로야구는 2004년 5월 6일 비슷한 논쟁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양상문 롯데 감독은 문학 SK전 6-7로 뒤진 8회 2사 만루에서 주심의 실수에 발끈하고 나섰다. 상대 투수 조웅천이 오른손에 공을 쥔 채 왼팔을 만지며 사인을 주고받았지만 아무도 보크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투수는 반드시 글러브에 공을 넣고 사인을 주고받아야 했다. 4명의 심판은 5분여간 논의 끝에 양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3루 주자는 홈을 밟았고 스코어는 이내 7-7 동점이 됐다.


이에 한 야구관계자는 “당시도 보크 판정의 번복은 불가능했다”면서도 “야구규칙 위반으로 과실을 지적했기에 상황이 바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판정 번복은 심판의 역량에 달렸다고 봐야 옳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심판진의 의지를 꼬집었다. “비디오 판독이 홈런에만 적용될 뿐이지, 참조까지 막은 건 아니다”라며 “심판진이 조금만 노력했다면 이 같은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디오 판독 범위의 확대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4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비디오 판독에 파울과 페어, 수비수의 캐치 여부 등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놓고 논의를 가졌다. 확대의 배경은 단연 오심이다. 당시 회의를 소집한 버드 셀리그 커미셔너는 “심판의 육안만으로 다양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2008년 홈런 판정에 처음 비디오 판독 체계를 적용시키기도 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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