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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못 말리는 '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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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못 말리는 '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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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유난히 밝은 어느 날 연신 하얀 이를 드러내시는 해피한 고객님 네 분과 첫 홀을 시작했지요.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네 분이 도무지 헷갈리네요. 사형제는 모자도 모두 흰색을 쓰시고 안경까지 모두 쓰셨어요. 한두 홀을 클럽도 잘못 가져다 드리고 스코어도 바꿔 쓰는 바람에 빨리 고객님 성함을 외우기로 했습니다.

헷갈려 하는 제가 우스웠던지 고객님들은 장난으로 서로 성함을 바꿔서 얘기하고 클럽도 바꾸시는 등 (저를) 놀리시며 재미있게 라운드를 하셨습니다.


전반 나인홀이 끝나고 식사를 하러 들어가신 동안 저는 또 놀림감이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클럽을 외우고 성함도 다시 외웠죠. 이제 이동해야 할 시간,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고객님이 나오시질 않네요. 앞 팀도 세컨드 샷 지점으로 이동 중인데 말이죠. 그늘집에 들어가서 아무리 둘러 봐도 고객님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고객님을 애타게 찾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립니다. "한나씨, 뭐 먹었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전 속으로 '우리 고객님이 아니잖아. 어떻게 내 이름을 아셨지?'라고 생각하며 잠깐 뜸을 들인 후에 "아~~네…"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터져나와버렸지 뭐예요.


저희 고객님 네 분은 똑같으신 게 하나 더 있더군요. 그늘집을 나오셨을 때 햇빛에 반짝이는 네 분의 머리를 보고 고객님을 못 알아 봤는데 자세히 보니 그늘집에서도 봤던 그 분들이 아닙니까. 후반 첫 홀로 이동하며 "다른 골프장 언니들도 모자 벗으니까 다 못 알아보더라"면서 정말 심하게 웃은 제가 민망할까봐 다독거려주셨습니다. 저는 다음부터는 모자 색깔이라도 바꿔 쓰시라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싫으시답니다. 골프보다 언니들 놀리는 재미가 더 쏠쏠하시다네요.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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