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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입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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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입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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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KBS <해피선데이>의 ‘1박 2일’에서 방송한 ‘여배우 특집’의 가장 큰 이슈는 ‘입수’였다. 문자 그대로 ‘요정’같은 이미지의 여배우들은 ‘1박 2일’의 나영석 PD가 ‘입수’를 게임의 조건으로 걸자 눈빛부터 달라졌고, 최지우, 이혜영, 김수미의 거침없는 입수는 이 날 방송 최대의 하이라이트였다. 그저 물에 빠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1박 2일’에서 입수는 프로그램의 흐름을 좌우하는 이벤트이자, 나영석 PD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꺼내는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1박 2일’에서 물에 몸을 던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1박 2일’에서 나타난 입수의 법칙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해 짚어봤다.

새로 들어온 멤버가 어색할 때

‘1박 2일’, ‘입수’의 법칙

나영석 PD는 인터뷰에서 새로운 사람과 어색함을 깨기 위한 ‘아이스 브레이킹’같은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말한바 있다. 대신 그는 새로운 멤버를 입수시킨다. ‘1박 2일’에 엄태웅이 새 멤버로 들어왔을 때, 그는 혼자 구구단, 낙오 등 ‘1박 2일’의 미션을 수행하도록 했다. 결국 엄태웅이 구구단에 실패하면서 연대책임으로 이승기의 입수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이승기가 시원하게 바다에 몸을 자진 납세하자 다른 멤버들도 자석에 끌리듯 차례로 바다에 몸을 던졌고, 해양구조대원 같은 탄탄한 몸의 엄태웅도 입수했다. 입수와 함께 그들은 자연스레 하나로 섞였고, 순식간에 가까워 질 수 있었다. 입수 후의 샤워로 서로의 몸을 확인한 뒤에는 가릴 것 안 가릴 것이 없어졌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든 아이돌 그룹이든 새 멤버의 적응을 위해 단체 입수 한 번씩 해보면 어떨까.


2. 한 해의 대박을 기원하고 싶다면

‘1박 2일’, ‘입수’의 법칙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망을 빈다. 보신각에 모이거나, 정동진에 가거나, 교회나 절을 찾기도 한다. 한해의 액운을 털어버리고 새 출발 하고 싶을 때, ‘1박 2일’을 입수를 한다. 2009년과 2010년, 박찬호는 그 해 첫 주마다 계곡 입수의 진수를 선보였다. 운동선수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졌던 ‘한겨울 얼음 깨고 입수하기’가 ‘1박 2일‘에 등장하자 그것만으로도 멤버들은 온갖 반응을 보여주며 한회분 방송분량을 넉넉히 채웠다.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하는 새해 첫 주 방송에서 박찬호와 얼음물 입수의 조합은 시청자들에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새해 이벤트의 역할을 했다. 또한 ‘1박 2일’에서는 “아직 밤이 추울 때”, “서서히 가을 바람이 불어올 때” 등 환절기마다 입수를 이벤트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었음을 상기시킨다. 여행이라는 콘셉트상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곤 하는 ‘1박 2일’에서 입수는 일종의 달력 역할을 하는 셈이다.

3. 홍보용 입수

‘1박 2일’, ‘입수’의 법칙

노래든, 생일이든, 클라이언트의 회사든 반드시 꼭 홍보해야 할 것이 있다면, 역시 ‘입수’를 권한다. 2007년 이승기가 ‘1박 2일’에 처음 출연했을 당시로 돌아가보자. 이승기는 당시 어떻게든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려고 안달이었고, ‘1박 2일’의 BGM으로 자신의 노래가 깔리길 바랐다. 그러자 강호동은 김종민이 군입대를 앞둔 날, 부산 해운대 앞에서 이승기가 ‘입수’를 하면 그 장면을 뮤직비디오처럼 편집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주저 없이 다이빙을 한 이승기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노래는 나가고 있는 거죠?”였다. 하지만 이승기는 입수로 노래만 얻은 것이 아니다. 신입 멤버였던 그는 입수를 통해 자기 노래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하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었고, ‘1박 2일’은 입수를 조건으로 이승기와 밀고 당기는 거래를 하며 재미를 줄 수 있었다. 단체 입수만큼은 효과가 크지 않지만, 입수는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는 예능 아이템이다.


4. 원샷을 원하는 입수

‘1박 2일’, ‘입수’의 법칙

‘여배우 특집‘에서 김수미는 입수의 극적인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줬다. 게임에 져서 찬 물에 뛰어든 뒤 갑자기 쓰러진척 했던 김수미는 놀란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갑자기 “몰래카메라!”라고 소리치며 80여명의 제작진을 모두 뒤집어 놨다. 실행 전 준비운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조금이나마 안전 사고의 위험이 있는 입수의 특성상, 조금만 심각한 모습을 보여도 모든 제작진의 시선은 물론 모든 카메라를 집중시키고 싶다면 입수를 활용할 수 있다. 옛 멤버 김C역시 제주도 우도편에서 강호동을 물에 빠뜨리기 위해, 허벅지 높이의 바다 깊이에서 앉았다 일어서며 허우적거리는 불꽃 연기를 선보였다. 놀라서 바다로 뛰어들어간 강호동은 김C와 어깨 동무를 한 채 두발로 걸어 나왔다. 입수로 예능도 살리고,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도도 확인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템. 물론 자칫하면 양치기 소년소녀로 오인 받아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속고 속이는 ‘1박 2일’에서 이 정도는 말 그대로 ‘버라이어티 정신’의 실천일 뿐이다.


5. 80명 입수를 기다리며

‘1박 2일’, ‘입수’의 법칙

‘입수’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수록 효과가 크다. 지난 5월 1일 나영석 PD는 아예 80명 스태프의 집단 입수를 걸고 출연자들과 게임을 했다. 결국 스태프의 승리로 밥차 아주머니를 포함한 80여명의 단체 입수가 벌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영석 PD의 입수 제안은 당시 방영분 전체를 끌고 갈 만큼 폭발적인 효과를 일으켰고,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또한 입수를 건 제작진과 출연자의 자존심싸움은 언제고 이런 이벤트가 가능할 것이라는 암시를 남기며 ‘1박 2일’의 새로운 스토리라인을 만들었다. 그만큼 대규모 입수는 단지 한 에피소드나 몇몇 캐릭터를 살리는 것을 넘어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아이템이다. 물론 남용할 경우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1박 2일’이 어딘가 느슨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나영석 PD는 또다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입수!”를 외치지 않을까.


10 아시아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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