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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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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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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김동완을 안다. 98년 데뷔한 국내 최장수 아이돌 그룹 신화의 멤버, 화려한 무대 아래서는 KBS <슬픔이여 안녕>과 MBC <떨리는 가슴> 등을 통해 건실한 동네 청년으로 변신했던 ‘바른생활 사나이’, 지난해 12월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 남자의 친근한 별명은 ‘삼촌’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김동완을 모른다.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면서 가수로서도 연기자로서도 충분히 ‘안전한’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그가 향한 곳은 태어나 처음 오르는 뮤지컬 무대였고, 그의 새로운 의상은 금발 가발과 화려한 스커트였다. 존 카메론 미첼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전설적인 뮤지컬,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의 음악과 삶을 담은 <헤드윅>과 우리가 알고 있는 김동완 사이의 접점을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가받는 게 두려웠던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그는 “내가 캐스팅된 것에 대해 ‘<헤드윅>이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우려하는 반응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웃어넘길 만큼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남들의 “넌 못할 거야”라는 말을 원동력삼아 벽을 하나씩 넘어온 그에게는 “그동안 잘 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아닌 연예인으로 살아왔지만 내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무대를 완성해 나가다 보면 좀 더 잘 하는 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것에서부터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그래서 “여장을 하고, 편견 속에 싸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고, 1시간 40분 동안의 모노드라마를 펼쳐야 하는” ‘뮤지컬계의 철인 3종 경기’ <헤드윅>이 “폐활량을 늘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 말하는 김동완에게 이번 도전은 “얻을 건 많아도 잃을 건 없는” 어렵고도 기대되는 무대다. 누구보다 뜨거웠던 이십대를 지나 어느새 삼십대에 접어든 그가 <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을 추천했다.
<#10_LINE#>

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1.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2000년 | 존 카메론 미첼

“헤드윅은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예술가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자신의 세계를 계속 가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가 표현하게 될 헤드윅은 젊은 나이임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나 같을 거다. (웃음) 이십대에 정말 다양한 일을 겪었고, 그런 상황에 처하면 정말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다. 헤드윅은 분명 더 심한 상황을 겪었겠지만 그런 면이 비슷할 것 같다. 크게 화내지 않고, 크게 슬퍼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늘 그 중심에는 고통의 시간들이 서려 있다는 점에서. 그래서 ‘용서’라는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싶다.”

동 베를린의 작은 아파트에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소년 한셀, 미군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듣는 데이빗 보위와 이기 팝의 음악을 유일한 낙으로 살던 그에게 어느 날 미국으로 갈 기회가 찾아온다. 그를 눈여겨보던 미군 병사의 프로포즈, 조건은 ‘여자’가 되는 것.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1인치의 살덩어리를 남긴 채 미국으로 건너간 그의 앞에 펼쳐진 인생은 결코 달콤하지 않지만 절망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배신의 상처를 음악으로 치유하는 헤드윅은 영화 사상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2. <패왕별희> (Farewell My Concubine)
1993년 | 첸 카이거

“오래 전에 나온 영화지만 <헤드윅>을 준비하면서 최근에 다시 봤다.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사상과 이념에 의해 탄압받는 과정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색, 계>도 그렇고 중국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들게 하는 작품이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 참 아름다운 영화다.”


1925년, 군벌이 지배하는 중국 북경의 경극학교에 맡겨진 두 소년의 우정에서 시작해 사랑과 질투, 애증을 따라가는 이야기는 1977년 <패왕별희>의 마지막 공연을 앞둔 쳉데이(장국영)와 두안 샬루(장풍의)의 쓸쓸한 모습에서 막을 내린다. 일본군의 침략, 공산당의 집권, 문화혁명 등 중국 근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마다 흔들리는 경극배우들의 삶은 시대와 예술가의 관계에 대한 가장 통렬한 보고서인 동시에 아름다운 드라마다.


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3. <프리실라> (The 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
1994년 | 스티븐 엘리엇

“<헤드윅>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어떤 분의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이다. 클럽에서 여장을 하고 공연하는 남자들의 로드 무비인데 화장 안 하면 야수 같이 생긴 남자들이 분장을 하고 무대에 서면 굉장히 고혹적인 표정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무대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호주 시드니의 나이트클럽에서 인기 있는 쇼걸로 일하는 틱(휴고 위빙)과 아담(가이 피어스)은 대륙의 절반을 가로질러야 갈 수 있는 앨리스 스프링스의 한 호텔에서 공연을 제안 받는다. 남편을 잃은 뒤 실의에 빠진 버나뎃(테렌스 스탬프)과 함께 ‘사막의 여왕 프리실라’라는 이름을 붙인 스쿨버스를 타고 떠난 그들은 여행 도중 마주친 사람들의 편견과 배척에 시달리면서도 자신들이 택한 삶의 방식을 부끄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


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4. <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년 | 토드 헤인즈

“십대 시절부터 록 음악을 좋아했는데, <벨벳 골드마인>은 음악과 배우들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 영화다. 커트 코베인을 캐릭터의 원형으로 잡았다는 느낌이 들어 더 푹 빠져서 봤다. <헤드윅> 역시 록 음악이 주가 되는 작품인데 내가 ‘잘’ 할지는 모르지만 늘 좋아했던 분야라는 것만은 도움이 될 것 같다.”


70년대 영국을 풍미한 글램 록 문화를 중심으로 톱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나단 라이 메이어스)의 피격 사건 10년 후, 그의 열성팬이었던 기자 아서 스튜어트(크리스찬 베일)가 진실을 파헤치며 과거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미스터리와 애증, 음악과 성장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다.


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5. <메종 드 히미코> (La Maison De Himiko)
2005년 | 이누도 잇신

“사실 좋은 영화를 보면 왜 좋은지 한 가지를 꼽기가 어렵다. 미술부터 캐릭터까지 모든 면이 좋고 잘 어울리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메종 드 히미코>는 잘 만든 영화인 동시에 성적 소수자들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일본 여행에서 바 같은 데 가 보면 가장 섬세하면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은 예쁜 여자들이 아니라, 남자로 태어났지만 스스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마마’들이었던 경우가 많다. 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굉장히 마음 편하고 즐거운데, 이 영화 역시 그런 느낌이다.”


오래 전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며 살아온 사오리(시바사키 코우), 어느 날 아버지 히미코(다나카 민)의 연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죠)가 찾아와 히미코가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준다. 사오리는 유산을 기대하고 히미코가 운영하는 게이들을 위한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에서 일하기로 하지만, 각기 다른 사연과 외로움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하면서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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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헤드윅>을 준비하며 새롭게 본 영화들

최근 이민우와 에릭을 중심으로 신화 컴퍼니를 설립한 신화는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치는 내년 상반기쯤 새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신화로 활동할 때는 항상 노는 기분이다.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면 가족마저 손님처럼 어렵게 대할 때가 있는데 신화 멤버들은 그러지 않아서 좋다. 심지어 술을 안 마셔도 다들 술 마신 것처럼 장난친다”고 털어놓는, ‘신화의 김동완’인 동시에 흥미로운 엔터테이너 김동완은 앞으로 또 어떤 선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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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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