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고의 달라진 영어수업과 평가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ational English Ability TestㆍNEAT)의 도입은 일선 학교의 영어수업뿐만 아니라 평가방식마저도 바꾸고 있다. 수업과 평가가 따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시범학교로 지난해부터 새로운 평가에 따른 수업을 진행해온 전곡고의 사례가 그렇다.
이 학교는 '말하기와 쓰기' 중심으로 수업하면서 평가도 수행평가 때 학기말 반영비율을 60%가 되도록 바꿨다. 이 중 '말하기' 평가는 원어민과 직접 대면 평가, 발표, 직접 대화, 그룹 대화 등 총 4번에 걸쳐 실시하고, 총점에서도 20점을 반영한다. '쓰기'는 학교 홈페이지에 작성된 에세이 및 수정사항 등에 대해 4번 평가하고, 그 총점을 20점으로 한다.
변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행평가 뿐만 아니라 중간·기말고사도 컴퓨터로 치르기 시작했다.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는 NEAT에 대비할 수 있도록 내신시험 자체도 컴퓨터를 활용해 평가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CBT(Computer Based Test)방식으로 평가하면 수업을 열심히 들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NEAT식 말하기와 쓰기 문제에 대비할 수 있다. 장대연 전곡고 교사는 "이렇게 내신시험체계가 바뀌면 학원에서 시험문제를 찍어주기도 어렵고, 선행학습을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곡고에서는 학생들의 '쓰기'능력 향상을 위해 매 학기마다 영문으로 에세이를 3편씩 쓰도록 과제를 내준다. 에세이 제출은 홈페이지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컴퓨터로 입력하는 과정에서 NEAT시험 '쓰기'영역에 대한 훈련도 되고,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첨삭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여름방학 때 있었던 특별한 이벤트에 대해서 소개하기', '수학여행에 대한 감상', '나의 꿈'과 같이 다른 사람의 글을 복사하지 못하도록 자신만의 경험이나 감상 등을 주제로 삼아 글을 쓰도록 한다.
학생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다른 학생들의 글을 읽고 감상평을 적거나 어색한 부분을 찾아 댓글을 달고,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친구의 글에 댓글을 다는 것도 수행평가 점수에 반영하여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또 에세이를 쓰는데 그치지 않고 외워서 수업시간에 발표하도록 한다. 이로써 말하기 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를 거둔다.
하지만 기존의 듣기와 읽기 위주의 영어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부분이 '말하기' 영역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회화수업 시간에 하는 말하기 수업만으로는 말하기 실력을 쌓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수업시간에는 기본 대화문을 익히기에도 벅찬 경우가 많은데, 미리 수업시간 전에 쌍방향 대화연습(two way dialogue)을 충분히 하고 수업에 들어오면 한정된 시간 안에 개인별로 창의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데 도움이 된다.
한희용 전곡고 교장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많이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습'으로 외국어를 배운다"며 "3000시간동안 아이들이 영어에 노출되려면 정규 수업시간만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곡고에서는 방과후 보충수업과 특기적성수업 및 동아리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어회화반, 영어작문반, 영어신문반 등 특기적성 수업을 운영하고, 영어연극, 영어회화, 영자신문 제작반, 영어토론반, 영어팝송반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영어접촉 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