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지난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27일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적들이 그동안 열린 공판에서 한국 선원들을 총알받이로 이용한 혐의,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점을 고려하면 실형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지방법원 형사합의5부(김진석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진술 등을 들은 뒤 배심원들의 평결토의를 거쳐 오후 5시30분께 선고를 할 예정이다.
23일부터 국민참여재판으로 시작된 '해적 재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한 마호메드 아라이(23), 아울 브랄렛(18), 압둘라 알리(23), 아부카드 애맨 알리(21) 등 소말리아 해적 4명은 그동안의 공판에서 당초 검찰이 제기한 ▲사전에 계획을 해 중무장 상태로 선박 탈취 ▲소지품 등 1380만원 상당 물품 강취 ▲인근 해역으로 선박 운항 강제 ▲인질 몸값 요구 ▲선원 폭행 ▲해군에 총격 3명 부상 ▲총알받이로 선원 활용(인간방패) ▲석 선장 총격 등 8가지 혐의 가운데 인간방패 혐의와 석 선장 총격 혐의를 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해적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인간방패 혐의와 석 선장 총격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해왔다. 이들 대부분이 해군의 집중사격으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도망가기에 급급했던 점, 몸값 확보를 위해 인질이 다치지 않도록 사전에 약속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적들이 한국 선원을 인간방패로 사용했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맞서 아라이가 '캡틴'을 연달아 외친 뒤 '드르륵'하는 총격음이 들렸다는 김두찬 갑판장과 정상현 조리장의 증언을 근거로 해적들의 강도살인미수 혐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26일 새롭게 증거로 채택된 AK-47총기의 7.62mm탄흔을 내세워 "이 탄흔은 조타실 내부에서 지면으로부터 상방 39도 각도로 직접 사격이 가해져 생긴 것"이라며 "이는 해군의 것으로 감정된 수평궤적과는 다른 형태"라고 주장했다. 해적이 범행에 사용한 AK-47총기의 탄흔을 보면 조타실에 들어와 총기를 버렸다는 해적들의 말은 거짓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석 선장의 몸에 난 총상 6곳 중 해적들이 사용한 총기의 탄환으로 판별된 건 1발에 불과하며, '아덴만 여명 작전'에 나선 청해부대원의 진술을 근거로 해적들이 사용한 AK-47의 총격음과 한국 해군 화기의 총격음을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또 피격 당시 석 선장의 정확한 자세를 알 수 없다면 탄흔만으로 살인 고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적들이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어 실형을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진술인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점, 변호인단이 살인 고의를 입증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고가 난 뒤에 해적들이 항소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해적들이 항소를 할 경우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요리사 압둘라 세륨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6월1일 이후 고등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 2~3개월 뒤 항소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재판이 국내 최초 해외 해적 재판인 점,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점, 통상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리는 1심 재판이 5일 동안의 집중심리로 신속히 진행된 점을 볼 때 최종 선고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 연방법원이 진행한 '머스크 앨라배마호 납치 사건'은 최종 선고가 나오기까지 2년여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부산=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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