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3> 목 KBS2 밤 11시 15분
이승철은 말했다. 일류는 본인은 아무렇지 않은데 듣는 사람이 감동하는 거고, 이류는 둘 다 감동하는 거고, 삼류는 본인만 감동하는 거라고. 그렇다면 자기들끼리만 웃고 떠드는 오락 프로그램은 삼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우혁-천명훈, 백지영-유리-이지혜, 이렇게 친분이 두터운 게스트들끼리 모여 서로에 대한 폭로 혹은 딴청만 보여줬던 어제의 <해피투게더 3>는 표류하는 수다가 얼마나 공허한지 보여주었다. 과거 <해피투게더 3>가 목욕탕 콘셉트를 확립했을 땐, 마치 동네 찜질방에서처럼 격식 없이 편하게 수다를 떨어 긴장감이나 가식적 태도를 털어냈다. 꼭 어떤 목적지를 정해놓은 토크는 아니었지만 그 한 판 수다를 통해 게스트의 의외의 유머 감각과 솔직한 속내가 드러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제 방송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진심을 가늠하게 해줄 에피소드보다는, 우리가 앞으로도 몰라도 상관없을 것 같은 잠버릇이나 술버릇, 클럽 경험담만이 맥락 없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가시적인 차원에서의 책임은 사석에서처럼 산발적인 수다를 나누던 여성 출연자, 그리고 눈에 띄게 무관심한 태도만 보이던 남성 출연자에게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폭로만을 부추기는 OX 토크 같은 포맷이다. 물론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볼 수 있듯, 폭로 역시 토크의 주요 요소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기본적으로 시청자가 궁금해할만한, 한 번 짚고 넘어간다면 게스트도 마음의 짐을 덜만한 폭로를 이끌어내기 위해 공격적이다. 그에 반해 <해피투게더 3>는 목적의식 잃은 수다에 폭로전이 더해지며 진정한 의미의 토크는 볼 수 없는 토크쇼가 되어버렸다. 유재석조차 종종 지치고 의욕 없는 표정을 짓는 건, 이 쇼가 처한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클래식한 시절로 돌아갈지, 전혀 새롭게 접근해 시즌 4를 만들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왔다. 사실은, 이미 많이 늦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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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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