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유네스코가 한국 현대사에 눈을 떴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이 1980년대 이후 동아시아 국가들의 민주화에 큰 영향을 준 점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3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10차 회의를 열어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심의한 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자료, 시민 성명서, 군사법정 재판기록, 국회 광주청문회 회의록 등이다.
IAC는 또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과 함께 조선후기 국왕의 동정과 국정 운영 내용 등을 일기 형식으로 적은 일성록(日省錄)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했다. 국보 제153호인 일성록은 1760년(영조 36년)부터 1910년(융희 4년)까지 151년 동안의 국정 운영 내용 등을 정리한 연대기 자료로, 18~20세기 동양과 서양의 교류 실상을 담고 있는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이상 1997년), 승정원일기, 직지심체요절(이상 2001년), 조선왕조의궤, 해인사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이상 2007년), 동의보감(2009년)을 포함해 모두 9건이 됐다. 유네스코는 1992년부터 2년마다 각국의 신청을 받아 세계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 등재를 결정해왔으며, 4월 현재 총 83개국 193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IAC가 이날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권고하기로 결정한 건 5.18 민주화운동이 한 국가를 넘어 세계사와 세계문화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한국 기록유산 가운데 현대사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처음 등재된다는 점,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롤모델이 된다는 점, 한 나라의 역사 기록이 그 나라만의 기록이 아니라 전세계적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 대부분이 기록문화가 빈약한 실정인데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계기로 부족한 근현대사 기록문화 발굴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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