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 정하는 여자> QTV 목 밤 11시
‘연예부 기자 100명이 선정한, 과거가 궁금한 최고의 양파녀’ 편은 <순위 정하는 여자> 사상 가장 아슬아슬한 방송이 될 것 같았다.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순위를 매기는 일반인 대신 직접 현장에서 뛰는 연예부 기자들이 평가의 주체였기 때문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수준의 과감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기자들의 영상 인터뷰는 “외모 외에는 별 과거가 없어보인다”, “벼락스타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알고 보니 무명시절 고생을 많이 했더라” 등 몸을 사리는 듯한 멘트들의 연속이었다. 이 밋밋함을 새콤달콤하게 만들어준 것은 MC 이휘재였다. 이휘재는 홍진영이 한 기자의 “이슈가 될 만한 큰 사건 하나쯤은 나올 것 같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뭔가 있네, 있어”라고 몰아가고, 다른 기자가 강수지에 대해 “대시한 연예인만도 열 손가락이 넘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아쉬워하자 혼잣말로 “저만 알고 있네요”라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보면 ‘공식 밉상’ 이인혜보다 더 얄밉지만 그럼에도 이휘재가 귀여운 아저씨처럼 느껴지는 건, 치고 빠지는 기술이 타고났기 때문이다. 순정녀들이 사건사고에 가까운 에피소드를 늘어놓고 서로 공격하는 사이, 이휘재는 빠르게 전체적인 판을 훑고는 적재적소에 끼어들어 ‘한 방’을 날린다. 89년생 김정민부터 67년생 강수지까지 어떤 연령대의 여자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화력, 집단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터득한 완급조절능력이 몸에 배어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연예부 기자 100명 대신 이휘재 1명이 이 순위를 매겼다면 어땠을까. “내가 연예부 기자 하면 다들 은퇴해야 된다”는 이휘재의 말처럼, 굉장히 위험하겠지만 분명 프로그램의 매력은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이휘재 없는 <순위 정하는 여자>는 상상하기 어려운 경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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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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