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스카이프 때문에 윈도폰 산다'. 이제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쓰일 지도 모르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간) 무료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를 85억달러(약 9조1885억원)에 전격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카카오톡 때문에 스마트폰 산다'는 말이 유행일 정도로 무료 메시지 및 통화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가운데 MS가 스카이프의 무료 통화를 기본 기능으로 제공할 경우 스마트폰 시장에 판도 변화는 물론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스카이프 사용자는 PC와 스마트폰 이용자를 합쳐 총 6억6300만명이다. 업계는 MS가 자체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윈도폰에 이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윈도폰이 스카이프 바람을 타고 모바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MS의 스카이프 인수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을 다각도로 견제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며 "'미래'를 보고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MS가 윈도폰에 스카이프를 지원한다면 향후 윈도폰 판매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스카이프를 'MS의 전략적인 자산'이라고 평가한 콜린 길리스 BGC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윈도 OS를 탑재한 태블릿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들이 윈도폰에 주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한 앱 개발자는 "앱 개발자들이 애플 아이폰이나 구글 안드로이드폰과는 달리 윈도폰을 외면해 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스카이프 인수로 모바일 개발자들이 윈도폰 앱 개발을 더 확대하고 윈도폰이 OS 시장 영향력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윈도폰이 2011년 현재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 5.5%에서 2015년께는 20.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특히 무료 통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은 이동통신사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앤드류 배틀스 포레스터 애널리스트 "스카이프는 많은 데이터와 대역폭을 잡아먹을 수 있다"며 "MS와 이통사와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스카이프 때문에 이통사가 윈도폰을 외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이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무료 통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있다"면서 "향후 국내에 윈도폰이 출시된다 해도 이통사가 스카이프 때문에 윈도폰을 지원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들은 이미 스카이프를 지원하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은 이통사도 적극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윈도폰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만큼 수요가 높다면 이통사들은 스카이프와 전혀 관계없이 윈도폰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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