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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태웅 "죽을 지도 모른다는 말, 겁나지 않았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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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종교도 없던 그가 기도를 시작했다. 하느님을 부르다 부처님을 찾기도 했다. 그가 소원한 건 병을 낫게해 달라는 게 아니었다. 무조건, 코트에만 다시 서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운동을 하다 쓰러져도 좋으니 코트에 서서, 네트 앞에서, 그 단단한 공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싶었다. 절실했다. 그런 그에게 의사는 "죽을 지도 모른다"고 정신차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일어섰고 소원한대로 다시 코트에 섰다. 의사들은 "희귀암을 이긴 희귀한 케이스"라고 입을 모았다. 비록 소속팀을 챔피언으로 이끌지는 못했지만 팬들은 그를 향해 올시즌 한국배구의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림프암을 이긴 영웅'을 찾아 용인 현대캐피탈 훈련장으로 갔더니 웬걸, 그곳엔 가슴 벅찬 표정을 짓고 있는 '인간승리' 최태웅 대신 벌써부터 어떻게 하면 친정팀 삼성화재를 깰 수 있을까 고민하는 '배구선수' 최태웅이 있었다.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밝은 얼굴로 웃으며 인터뷰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그동안 축하와 격려 인사 많이 받았나.
최태웅(이하 최) 사실 내가 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주위에서 인사를 받다 보니 "큰 일을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지금은 운동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감사고 기쁨이다.


스투 작년 가을께 처음 암 발병 사실을 알았다고 들었다.
왼쪽 팔이 자꾸 아파 치료를 받았다. 피부조직에 세균이 감염돼 생기는 봉와직염이었는데, 의사가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더니 "암인 것같다"고 하더라. 더 큰 병원으로 가서 또 검사를 했는데 림프암으로 판명됐다. 그때가 10월 쯤이었다. 말로만 듣던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어떤 건 지 알았다. 그냥 멍했다.

스투 가족에겐 곧바로 말하지 않았나.
암 판정을 받긴 했지만 속으론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암이 아닐텐데 괜히 속상하고 걱정하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 그런데 정밀검사를 하고 치료를 하면서 두 달을 보내다 보니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숨기면 일이 커지겠다는 걱정이 생기더라. 그래서 아내에게 어렵게 말을 꺼냈다.


스투 아내가 많이 울었겠다.
애들 재우고 나서 맥주 한 병 갖다 놓고 식탁 앞에 앉았는데, 도저히 입이 안떨어지더라. 다른 얘기 하면서 머뭇머뭇거리다 얘기했더니 아내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2~3일은 울면서 지냈던 거같다. 사흘쯤 지나니까 내게 잘 될 거라고 위로를 하더라. 그리고 나서 두달 후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다행히 그 당시는 거의 완치가 됐던 때였다. 일곱살, 네살 아이들은 아빠가 아팠던 사실을 전혀 모른다.

스투 정밀검사를 위해 입원하면서 한양대 병원 20층을 오르내렸다는 '전설적인' 일화도 있던데.
시즌은 다가오는데 몸은 안만들어졌고 미치겠더라. 그래서 계단이라도 오르내리자 했다. 의사가 회진올 때마다 "운동하러 나가면 안되냐"고 졸랐다. 의사가 정말 진지하게 "당신 죽을 지도 모른다. 올시즌은 포기하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어도 당장 코트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스투 암 치료를 받으면서 훈련도 했다는 믿기 힘든 얘기를 들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오전 6시 일어나 7시부터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훈련장에 오면 9시30분. 그때부터 선수들과 오전 훈련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5일을 그렇게 보냈다. 치료받은 부위에 공이 닿으면 정말 화상입은 것처럼 뜨겁고 아팠다. 그래도 힘든 줄 몰랐다.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했다. 게다가 현대캐피탈로 온 지 얼마 안된 터라 아프다고 빠지는 것도 싫었다. 처음엔 동료들이 몰랐지만 나중엔 눈치챘다. 하지만 쉽게 말을 걸어오지 못하더라. 마음으로 걱정해주는 걸 느꼈다.


스투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겠지만, 그래도 두렵지 않았나. 사람인데.
이제껏 종교 하나 없는데 하느님, 부처님 찾게 되더라.(웃음) 절에 들어가 볼까도 생각했다. (뭘 기도했나?) 운동하게 해 달라고. 다시 코트에 서게 해 달라고. 그것밖에 없었다. 배구장 안에 있는 게 가장 큰 소원이었다.


스투 이제 그럼 완치된 건가.
완치됐다. 림프암이 암 중에서도 희귀한 암이라고 들었는데 의사들이 다른 부위로 전이도 되지 않고 완치된 걸 보고 "희귀하다"고 하더라. 다행이다. 그래도 앞으로 5년 간은 꾸준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정도 쯤이야.(웃음)


스투 큰 병을 이기고 난 후 달라진 게 있나.
배구가 정말 좋아졌다. 선수생활 26년째인데 더 좋아졌다. 이전에 힘들었던 운동도 지금은 하나도 고되지 않다. 정말 즐겁다. 가족들에게도 더 잘 하게 됐다.(웃음) 그래서 이번 휴가기간 내내 가족과 함께 있었다.


스투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패해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10년 넘게 삼성화재를 이끌었던 세터로서 말해달라. 뭐가 다른가.
훈련 분위기는 똑같다. 하지만 경기할 때 다르다. 경기 분석은 잘 됐지만 상대선수들의 멘탈과 조직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들의 흐름을 읽는 게 아직 모자른 것같다. 삼성화재의 고희진 여오현 석진욱은 이런 걸 잘 하고 잘 이용한다. 어떤 선수들은 "삼성 스타일을 얘기하려 하느냐"며 오해할 지도 모르지만, 이건 '삼성 스타일'이 아니라 '프로선수가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그런 걸 비시즌 때 선수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스투 사이클 스타 랜스 암스트롱(미국)도 암을 이긴 뒤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했다던데.
그러니까. 나도 암을 이겨냈으니 다음 시즌 분명히 우승할 거다.(웃음)


최태웅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현역 최고의 세터. 한양대를 졸업한 1999년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2005~2006 시즌부터 2008~2009 시즌까지 4년 연속 정규리그 세터상을 받았고 2008~2009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삼성화재를 네차례나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지난시즌 후 삼성화재가 박철우를 데려오면서 보호선수 명단(3명)에서 최태웅을 제외, 현대캐피탈의 지명을 받고 소속팀을 옮겼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스포츠투데이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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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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