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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전망]죽은 빈라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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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삼국지연의'에서 최고의 전략가로 추앙받는 촉나라 제갈량은 2차 '출사표'를 던지고 나간 마지막 전쟁에서도 끝내 위나라 정벌에 실패하고 오장원이란 곳에서 숨을 거둔다. 총사령관을 적지에서 잃은 촉나라 군대는 서둘러 퇴각을 준비하지만 위나라 대장군 사마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추격군을 선두에서 이끈다.


두 아들과 함께 급히 촉군을 쫓아간 사마의가 어느 산 앞에 이르자 '한승상 무향후 제갈량'이라고 쓴 깃발이 보이고, 그 아래 제갈량이 그의 4륜수레를 타고 나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사마의는 말머리를 급히 돌리고 퇴각 명령을 내렸고, 50리를 도망친 후에야 정신을 수습했다.

삼국지연의 '죽은 공명(제갈량)이 산 중달(사마의)를 쫓다' 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은 이에 대해 단지 소설일뿐 이런 역사적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는 해석이 많이 나오지만 신출귀몰 제갈량의 마지막 주연무대로 삼국지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오사마 빈 라덴이 9.11 테러 이후 10년만에 사살됐다. 이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 기록을 넘었고,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 증시는 1.57% 급등하며 니케이지수가 1만선을 돌파했고, 중국 증시도 0.85%나 올랐다. 중동지역의 정정 불안이 상당부분 걷힐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자들을 과감하게 만들었다.

미국 증시도 기분 좋은 출발을 하며 최근의 상승 무드를 이어가는 듯 했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하고, 21세기 들어 미국이 치룬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원흉을 제거한데 따른 축포를 쏘는 듯 했다.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너무 일렀던 것일까. 축제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정부가 보복테러에 대한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 및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심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이날 새벽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02% 하락한 1만2807.36으로 장을 마쳤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각각 0.18% 0.33% 낙폭을 기록했다. 급락세를 기록하던 국제유가는 물론 국제 금 시세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해 시장의 불안감을 여과없이 반영하기도 했다.


지칠줄 모르고 오르던 미국 증시가 주춤했다. 그것도 호재로 인식되던 빈 라덴의 사살 소식이 장 후반으로 가면서 악재로 변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묘한 것이어서 한없이 좋게 보이던 것도 한번 나쁘게 보이면 계속 나빠 보인다.


빈 라덴이 사살됐으니 중동의 급진 테러세력이 약화될 것이란 추정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빈 라덴은 죽었지만 그 추종세력이 남아있으니 그들의 보복테러가 더 거세질 것이란 걱정도 일리가 있다. 투자자들은 두 가지 추정 중 어느 것이 맞느냐가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이 어떤 쪽에 베팅하냐에 촉각이 곤두세워져 있다.


5월 첫날 국내 증시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축포는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지만 언제가 고점이냐에 대한 불안감도 상존시킨다.


지금은 주도주들도 여전히 잘 나가고, IT와 금융·건설주 등 그간 소외주들도 시세를 내고 있다. 탄력을 받은 증시, 지금까지 못벌었으니 지금에라도 들어가 벌고 싶지만 혹시 지금이 꼭지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을 막는다.


너무 급하게 쫓아가면 목상을 보고 실제 제갈량인줄 알고 기겁을 하는 사마의 꼴이 날 수 있다. 그렇다고 지켜만 보면 대장을 잃고 물러나는 적을 그냥 놓아주게 된다.




전필수 기자 philsu@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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