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훈풍에 모델하우스마다 방문객들 발길 이어..실제로 청약률 저조한 경우 많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뚜껑 열어봐야 안다'
봄, 본격적인 분양 성수기를 맞아 견본주택마다 방문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인산인해', '구름인파' 등의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청약률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한파가 지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여전히 '내집마련'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도 지금의 시장 분위기로는 '분양 장기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평택 '효성 백년가약'의 경우 평택에서 3년 만에 공급되는 민간분양 아파트인데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개관 사흘 만에 2만70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북새통을 이뤘지만 결국 순위내 청약에서 총 1057가구 모집에 447명만이 신청하는 결과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분양 중 3개 건설사의 합동분양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견본주택 개관 3일 만에 약 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중 반도건설만이 1491가구 모집에 1606명이 몰려 경쟁률 1.08대 1을 기록했고, 대우건설은 전체 경쟁률이 0.13대 1에 불과해 전평형에 걸쳐 미달됐다.
지난 13일 분양한 경기 '용인행정타운 두산위브도 1293가구 모집에 363명만 순위내 청약했고, 14일 청약일정에 들어간 경기 평택시 '코오롱 하늘채' 1926가구 모집에 1200여 가구가 순위내 청약이 마감됐다.
실수요자들이 해당 지역에 견본주택을 방문할 정도로 주택마련에 관심은 많지만 여전히 내집마련에 선뜻 나서지는 않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로 향후 아파트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와 대출부담 등이 구매심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견본주택이 인기를 얻더라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아 소비자들이 주택구매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 같은 경우에는 청약통장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 청약률이 저조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순위 내 청약보다는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선착순으로 계약하면 남은 물량에 한해 동, 호수를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도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4순위로 예비자 명단에 대기해놓은 수요자들이 많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불황기'다 보니 청약 성공의 기준도 낮아졌다. 예전처럼 높은 경쟁률을 기대하기 힘든 이상, 순위권 내 마감만 돼도 '대박', 청약률이 50%만 넘어도 '선방'으로 보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주요 입지가 아닌 이상 한 번에 마감되기 어렵다"라며 "실수요자들이 워낙 신중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보고 가야 된다"라고 설명했다. 견본주택을 방문하더라도 분양가, 입지, 평형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구경으로 그친다는 것이다.
이호연 부동산114 팀장은 "분양시장도 중소형 중심이냐 입지적인 선호도가 있는 지역이냐에 따라 청약 경쟁률에서 차이가 난다"라며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은 아껴두고, 미달이 난 물량에 관심을 보이는 실수요자들의 비중이 높다"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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