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74)씨가 횃불을 들었다. 역적 누명을 쓰고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졌던 '동학농민혁명'을 세계 인권운동사에 빛나는 시민혁명으로 되살리기 위한 불꽃이다.
그 사연은 이렇다.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사)동학민족통일회, 동학학회 등 동학 관련 23개 단체들은 오는 2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전국 규모의 '동학혁명 정신선양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초대 동학혁명기념재단의 이사장을 역임한 이이화씨가 대회장으로 거론되자, 그는 고민없이 직책을 맡았다. 임운길 천도교 교령과 서영훈 전 적십자 총재, 박재승 전 변협회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학계와 정계의 주요 인사들도 고문 자격으로 행사에 참여하기로 해 이씨의 어깨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을 기리는 행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라남ㆍ북도 등 일부 지역에서 기념사업회와 유족회가 주축이 된 동학혁명 기념행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전국 규모의 행사로 치러지기는 처음이다. 동학농민혁명 117주년을 맞아 1894년 음력 3월20일에 있었던 1차 무장기포(茂長起包)를 기념해 양력으로 4월25일에 열리는 이번 정신선양대회는 동학농민혁명 특별법 제정 7년 만에 관련 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처음 열린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는 동학농민혁명이 지난 2004년 3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으로 통과돼 110년만에 명예회복을 하게 된 것이 전환점이었다면, 그로부터 7년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그 의미를 전국에 알리는 대규모 '고유제' 의미가 강하다고 말한다. 이이화씨는 22일 "이번 정신선양대회를 계기로 1860년 최제우 선생이 주창한 '사람이 곧 하늘' 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을 현대인들에게 다시 일깨우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로 만들어진 기념재단을 더욱 활성화해 동학사상을 활발하게 전파해 나가도록 더욱 앞장설 것"이라는 행사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지난 2004년 제정된 특별법을 다시 개정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선언적 명예회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결의문과 포고문을 낭독할 예정이다.
그가 해야할 일은 아직도 더 남아있다.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국가유공자 추서와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것이다. 동학 1차 무장기포일인 4월25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동학농민혁명유족회도 "정부가 기념일을 제정할 때까지 서울에서 매년 같은 날에 기념행사를 계속 열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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